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에 힘입어 5일 종합주가지수가 560선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내년에 대한 기대 심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 속에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증시로 유동성이 급격히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 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증시 안팎의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매수 강도가 약해 '적극 매수'보다는 '매도 자제'에 가까운 편이다. ◇ 경기와 거꾸로 가는 증시 =최근 국내외 증시의 특징은 악재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줄줄이 발표된 경기 지표의 악화 추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과거 같았으면 큰 충격을 줬을 법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NAPM(전미구매자관리협회) 지수 △3.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실업률 등 메가톤급 악재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지난주말 미국의 10월 실업률이 5.4%로 급등했는 데도 다우지수는 소폭 오르고 나스닥지수는 보합세를 보인게 대표적이다. 국내 증시도 기업실적 악화와 수출 부진이라는 악재를 모른 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경기 지표가 사상 최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는 역설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질수록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리 인하와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선취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 넘쳐나는 유동성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증시(거래소시장 기준)에서 1조3천9백5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월간 기준으로 올들어 지난 1월(2조7천8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3일째(거래일 기준)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2조4천억원을 순매도한 국내 기관도 '실탄'이 풍부해졌다. 지난 주말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자 '추격 매수'하는 과감성까지 보였다. 개인도 지난달까지 3조6천억원 어치를 팔아치워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도 증가, 투신권의 주식 매입 여력을 키워주고 있다. 10월말 잔고는 5조7천1백68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2천9백62억원 가량 늘었다. 지난 2일에도 전날보다 1백1억원 가량 늘어났다. ◇ 외국인.기관 움직임은 =외국인과 기관이 일순간 적극적인 매도세로 돌아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증시가 안정적인 데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고 이머징마켓 중 가장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매수강도가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주 외국인 매수 강도(1천1백51억원 순매수)는 전주(5천6백10억원)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국내 기관의 경우 대규모 매도공세는 없을 것이라는게 대세다. 지난 주말 '기다렸던 조정'은 오지 않은 채 주가가 550선을 뚫고 올라가자 추격 매수에 나선데 이어 이날도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 향후 주가 전망 =매물대 진입에 따른 매매 공방이 불가피해 급등보다는 점진적인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린다.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사장은 "과열 조짐은 있지만 이번 랠리가 단기적으로 580선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께 6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증시가 수급 논리에 기초한 유동성 장세의 성격을 띠고 있어 쉽게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