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보다 두 배나 많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에 따라 적정 외환보유액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 IMF는 '신흥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99년말 기준)은 5백10억~5백60억달러라고 밝혔다. 올 9월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1천1억달러)이 '적정 수준'의 두 배를 넘는다는 얘기다. ◇ 적정 외환보유액은 얼마인가 =한 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최근까지 경상수입액 3개월분을 기준으로 삼아 왔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단기부채, 위급시 이탈되는 자금(capital flight), 국가위험도, 환율시스템 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최고 5백60억달러로 충분하다는 것.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을 경우 그에 따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크게 두가지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유지비용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의 외환당국이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지만 현재 외평채 가산금리가 1.1%인 점을 감안하면 1천1억달러를 보유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간 11억달러(1조4천3백억원)에 이른다. 다른 하나는 외환보유액이 예산 가운데 경직성 경비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거시경제정책의 경직성을 심화시켜 그만큼 정책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 보완책은 없나 =한국처럼 외환위기의 처절한 아픔을 겪은 나라가 IMF가 제시한 '적정 외환보유액 가이드라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강하다. 그러나 이제는 외환보유고 확충에만 급급해서는 안되고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방안이 있으나 적정외환보유고를 기준으로 순수 외화유동성 조절 목적의 긴급 유동성 자금과 대기성 자금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부족시 기회비용이 큰 긴급 유동성 자금은 환금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시하고 대기성 자금은 운용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관리하는게 바람직하다. 보유 외환의 운용 내역 등에 관한 사전.사후 평가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한은의 적절한 보완조치도 검토돼야 할 시점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