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른 채 지속되던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바람이 갑자기 잦아들자 원동력을 잃은 국내 증시가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세 둔화는 이미 예고돼 온 것으로 이를 우려한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일찌감치 주식을 처분해 상당한 현금을 마련해 놓고 있는 만큼 조정의폭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30일 오후 1시50분 현재 증권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54포인트 떨어진 535.33을 기록, 7거래일간의 상승세를 마감했고 코스닥시장 종합지수도 2.08포인트 내린 61.98을 형성하며 이틀째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9ㆍ11 테러사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그럭저럭 버텨온 종합주가지수가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 전환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거래소에서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순매수를 유지해온 외국인들은 이날 적지않은 규모인 218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내면서 지수하락을 촉발했다. 외국인들이 비록 코스닥시장에서는 순매수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나 거래소시장의 외국인 매도세가 기술주에 집중되고 있는 데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이날의 외국인 매도전환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는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며 조정의 폭은 520선 전후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정보팀장은 "경기가 V자형 반등에 성공할 지, 큰 폭의 반등이 출현할 지 여부가 불확실하나 경기회복 기대감은 살아있는 만큼 투자자들로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어 적극적인 매도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최성호 투자정보팀장도 "외국인의 매수세 둔화이후 그 뒤를 받쳐줄 매수력이 없다는 점이 지수하락을 불렀다"면서 "그러나 현금을 확보해둔 국내 기관 입장에서 지수가 520∼530선까지 내려오면 심리적 부담없이 장세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투자여건은 여전히 개선되고 있는 과정에 있음이 분명하다"며 "시장참여자들은 예견된 조정국면에 적극적인 매도 대응 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피데스증권 정동희 팀장은 "강원랜드의 경우 기존의 보유자들중 일부는 장기투자자들인 만큼 투자차익을 회수한 자금을 다시 증시에 재투입하지 않음으로써 증시내부 유동성의 일부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조정국면 진입의 시기와 맞물릴 경우 의외의 지수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