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의 힘겨루기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지난 10일 단 하루만 빼고 순매수행진을 벌이며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에비해 기관투자가는 주가가 500선위로 올라선 이달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외국인의 "완승"이다.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수세는 주가를 9월11일 테러이전수준으로 끌어 올려 놓았다. 일단 주식을 판뒤 조정을 거칠 경우 재매수한다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기관들은 주식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에 내몰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관들의 "일시적 패배"가 오히려 주가의 하락가능성을 저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싸움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의 힘=외국인은 미국 테러 사태가 터진 지난 9월12일부터 27일까지 4천9백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9월28일부터 이날까지 지난 10일 단 하루만 제외하고 순매수 행진을 펼쳐 1조4천7백85억원어치를 사들이는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외국인이 이처럼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이기는 올들어 세번째다. 관심은 과연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선 물론 전망이 엇갈린다.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수 강도를 줄일지는 몰라도 순매도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함춘승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전무는 "세계적 금리 인하 정책으로 현재 주식 외에 다른 투자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현금을 주식으로 채우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관의 고민=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테러 사태가 터진 지난달 12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3천4백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500을 넘어선 이달 들어서는 줄곧 순매도로 일관하며 9천7백5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 펀드매니저의 말을 빌리면 "종합주가지수가 520선에서 한차례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일단 차익을 실현한 뒤 재매수하려는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기관들의 고민이 여간 아니다.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주식을 사야 하지만 매도한 지수보다 높은 상황이라 쉽게 따라 사기가 힘든 국면이다. 이기웅 대한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테러 사태 이후 주가가 500선 위로 반등하자 기술적 반등으로 평가절하한 기관이 매물을 많이 쏟아냈다"며 "주식형 펀드에 대한 환매가 많지 않아 조만간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에는 호재=외국인과 기관의 힘겨루기가 역설적으로 주가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만일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1조여원의 기관자금이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에는 국민연금 소규모 통합펀드 등의 자금이 투신사에 투입될 전망이어서 잘만 하면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술적으로 과열국면에 들어선 것은 분명하지만 기관이 매수세력으로 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핵심 블루칩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고 수준에 육박한 점을 감안,과거 외국인이 선호한 종목과 기관들이 선호하는 종목을 미리 사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