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기대 범위 안에 드는 지난 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인텔은 화요일 장 종료 후 반도체 매출 부진 등으로 3/4분기 매출이 6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수익은 77% 급감한 6억5,500만달러, 주당 10센트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는 이같은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종합지수는 530선에 다가서고 코스닥지수는 가볍게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출발했다. 시장에서는 인텔 효과를 '나쁘지 않은 정도'로 평가했다. 우선 실적 자체가 기대치를 한껏 낮추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정한 범주에 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향후 경영실적과 관련, 인텔은 지난 2분기 이래 자신해오던 4/4분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슬며시 접었다. 이번 4분기 매출 전망을 지난 두 분기와 같은 62억∼68억달러로 유지한 것. 인텔의 최고 재무 책임자(CFO) 앤디 브라이언트는 "경기부진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실적이 예상 범위의 하반부에 더 가까우리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오는 25일 본격 판매되는 윈도XP 효과도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포함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전망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실적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분기 전망을 지난 2,3분기와 동일하게 발표한 것은 계절적 수요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미국 테러 사태 이후 미국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신학기나 크리스마스 같은 성수기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윈도XP, 펜티엄Ⅳ 등도 수요 회복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이성재 차장은 "인텔, IBM 등의 실적 발표로 불안감이 팽배해 있던 시장이 다소 회복된 것은 사실"이라며 "3분기 악화된 실적이 반영된 상황에서 국내 기술주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4분기 실적은 미국내 수요 동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분기 D램가격이 3분기에 비해 10% 이상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력 제품인 128메가SD램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 회복 시점이 내후년으로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우동제 반도체팀장은 "인텔 호재와 D램가격 폭락 악재가 맞서며 국내 기술주 동선을 제한할 전망"이라며 "인텔의 실적이 가격 경쟁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획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4/4분기에는 일부 계절적 수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우 팀장은 "업황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16만원선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단기적으로 12만원∼14만원선에서 움직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텔 주가는 정규거래에서 2.4% 오른 뒤 실적발표 뒤 시간외거래에서 2% 넘게 추가 상승했다가 반락, 상승폭을 0.5% 이내로 좁혔다. 한편 16일 아시아 현물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128메가 일부 품목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달러선이 붕괴되며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뒷받침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