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530선에 바짝 다가섰다. 순전히 "외국인의 힘"덕분이다. 기관들은 10일연속 순매도에 나섰지만 외국인은 5일연속 순매수를 기록,주가를 미국테러사태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특히 최근 5거래일중 3일동안 1천억원 이상을 순매수,"한국국주식 매집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가슴부푼 희망론마저 낳고 있다. 뿐만 아니다. 외국인들은 최근 선물시장에서도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공습을 연상시킬 정도의 돈을 쏟아부어 선물 누적 순매수포지션을 1만계약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의 순매수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힘들다고 진단한다.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투자주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되는데다 여전히 미국시장의 움직임에 철저히 동조하는 투자패턴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쉽게 매도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최근들어 시가총액 상위종목 외에 중소형주까지에도 매기를 확산시키고 있는 만큼 "길목지키기"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지적된다. ◇외국인의 힘=외국인은 지난달 12일부터 월말까지 거래소 시장에서만 4천9백2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역전됐다. 17일까지 8천1억원어치의 상장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테러 사태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3천7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가 2천4백7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테러 사태 이전 수준까지 근접한 것은 순전히 외국인의 힘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부분은 선물에 대한 '포식현상'이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3천계약 이상을 순매도했지만 여전히 누적 순매수 포지션이 1만계약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수는 종합주가지수를 견인했다. 대세 상승기였던 지난 98년 9월부터 99년 7월까지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선물 누적 순매수를 유지했다. 이 결과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는 2백50.97% 상승했다. 최근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전형적인 투기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현·선물 동시 순매수는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낙관은 금물=외국인이 이처럼 현물시장에서 대거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로는 △이머징마켓에서 한국 증시가 가장 매력적이라는 점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 △최근 MSCI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확대됐다는 점 △테러 사태 이후 현금화한 부분을 다시 주식으로 채우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 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힘들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위주의 매수에서 최근에는 대덕전자 평화산업 등 중소형주까지로 매기를 넓히는 현상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철저히 미국 시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순매수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현·선물의 매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수포지션 증가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며 "지난 4,5월에도 선물 누적 순매수포지션이 1만계약을 넘었지만 주가 추가 상승에는 제동이 걸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길목지키기 전략=최근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매기를 다양한 업종과 종목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주까지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핵심 블루칩에 매기를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실적호전 우량주,배당 유망주,금융주 등을 엿보고 있다. 외국인은 실제 대신증권 우선주에 대해선 전날까지 15일 연속 순매수를 유지했다. 평화산업 6일 연속,한국주철관도 3일 연속 순매수하는 등 다양한 종목에 손을 뻗치고 있다. 따라서 현·선물 시장의 매수 주체가 다르다고 전제할 경우 최근 외국인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종목을 선취매하는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지적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