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풍차"장세가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기관과 외국인의 매매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단기 테마를 좇는 개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거래소 시장에서 전날 "탄저균 공포"를 테마로 제약주에 몰렸던 매기가 16일에는 정부의 장기주식저축 운동과 내수진작책 발표에 맞춰 건설.증권.은행 등 대중주 3인방으로 옮겨붙었다. 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무척 어려운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며 테마를 따라붙는 부화뇌동식 매매보다는 배당투자 유망종목이나 내수우량주,실적악화가 마무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기술주 등의 "길목지키기"가 오히려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매기 순환양상=미국 테러사태 이후 발생한 하락 갭(gap)을 메우는 과정에서 단기 매매 세력이 극성을 부렸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대형 기술주를 앞세워 지수 500선 탈환에 앞장선 외국인 매수세력은 단기 랠리를 예상한 일부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삼성증권 이남우 상무).이들은 베타계수가 높은 중소형 증권주와 일부 은행주를 함께 사들였다. 반면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주가변동폭이 심한 코스닥시장으로 몰렸다. 지난 8∼9월 6천만∼1억주 정도에 불과했던 코스닥시장의 거래량은 이달 들어 2억주에 육박하는 날이 많아졌다. 거래소 대비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우위 양상은 16일까지 3일 연속 지속됐다. 거래소 시장에서도 석유 금광 방산 등 전쟁관련주에서 제약주, 건설·증권·은행주 등에 이어 3·4분기 최고의 실적이 예상되는 SK텔레콤 등 통신주로 빠르게 매기가 옮겨다니고 있다. ◇차분해진 기관과 외국인=반면 기관투자가는 지수 470∼490대에서 매수하고 500∼520대에서 종목별로 차익을 실현하는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주말까지 6천억원 이상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15일부터는 현저히 매매를 줄이는 모습이다.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테러사태 이전 수준까지 일단 회복돼 기간조정에 들어간데다 이번 주말까지 인텔(16일) AMD 애플컴퓨터(17일)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모터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18일) 등 시장에 방향성을 부여할 미국 기업의 3·4분기 실적공개를 앞두고 관망에 들어간 양상이다(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 ◇국내외 3·4분기 실적에 관심=미국 대형기업의 실적공개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종합주가지수 520대 초반,코스닥지수 61∼62가 비교적 강한 저항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간조정을 거치며 당분간 재료보유 종목 장세나 업종별 순환매 양상이 예상되는 이유다. 따라서 코스닥을 비롯한 기술주가 낙폭을 어느 정도 만회하고 방향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저가대중주들이 상승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이동평균이 정배열된 부산·대구·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주와 중앙 동부 벽산 등 저평가 우량 건술주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부장은 "급속한 순환매에 제대로 된 수익률을 올린 일반투자자는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며 "지수 520대에서 현금화에 치중했다가 3·4분기 기술주들의 실적발표와 그에 따른 시장 움직임을 보고 기술주로 갈지,고배당이 예상되는 내수우량주로 갈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