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사태가 국내 증시의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우량 종목과 비우량종목간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상반기 "돌풍"을 몰고 온 가치주들은 한동안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다가 테러 이후 급락장세에서 상승하는 등 위기 때 "진가"를 발휘했다. 경기침체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통신 등 내수주도 선전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주와 해운.항공.자동차주는 테러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다. 주요국 증시도 차별화되고 있다. 테러의 여파가 가장 작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증시는 테러 전 보다 주가가 상승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국가중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중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대만 등 미국 의존도가 큰 국가들의 증시는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요국 증권시장 변화=세계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증시는 테러 전에 비해 오히려 상승했다. 미국 테러 전날인 지난 9월10일과 이달 10일을 비교한 결과 독일 DAX지수는 7.95% 올랐다. 프랑스와 영국 증시도 6.40%와 0.16% 상승했다. 미국 다우와 나스닥지수도 낙폭을 만회,하락률이 3.80%와 4.08%로 줄었다. 한국과 일본 증시도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12.28%) 말레이시아(-12.55%) 태국(-13.21) 대만(-13.36%) 인도네시아(-17.33%) 등은 여전히 낙폭이 큰 상태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유로화 강세로 미국에 투자하던 유럽계 자금이 유로화 표시 채권과 유럽 증시로 이동하면서 유럽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원은 "유럽 증시에서는 테러 사건의 최대 피해 기업으로 꼽히는 항공주도 상당 수준까지 반등했다"면서 "아시아국가 중 상대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작은 일본 한국의 주가 회복 속도가 빠른 반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은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누가 잘 나가나=내수 관련 가치주가 테러 사태와 무관하게 꾸준한 오름세를 탔다.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30위 종목 중 지난 9월11일과 10월10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주가가 오른 종목은 현대모비스 SK텔레콤 담배인삼공사 삼성화재 대우조선 신세계 S-Oil 등으로 나타났다. 태평양 롯데칠성 농심 등도 테러와 무관하게 강세를 보였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수출주와 삼성전자 삼성SDI 등 전기·전자주는 낙폭과대로 최근 주가가 상승하는 추세지만 아직 낙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태평양 롯데칠성 농심 등 약세장에서 신고가 경신 행진을 벌인 종목들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내수산업의 성장주로 분류됐다. 경쟁업체가 없어 출혈경쟁을 하지 않는데다 성숙한 시장이지만 아직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경쟁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고 시장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작아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분석됐다. ◇전망 및 투자전략=대우증권 홍성국 팀장은 "테러 사건 이후 가치주들은 주가가 거의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국내 증시가 테러 사태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된 만큼 3·4분기 기업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이제부터는 경기와 금리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볼 때"라면서 "저금리 수혜주와 배당투자 유망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종합주가지수가 1차 저항선인 520선을 뚫으면 하락 갭이 발생했던 540선까지는 상승할 수 있다"면서 "미국 주요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상무는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가진 통신주와 단기 낙폭이 컸던 IT(정보기술)주,실적이 뒷받침되는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LG건설 등을 단기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