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테러사건으로 공모주 청약시장이 극도의 혼탁 양상을 빚고 있다. 청약예정 기업들과 증권사가 테러사건 이후 불투명한 증시전망을 이유로 적당한 등록시점을 잡기 위해 정정신고서부터 철회신고서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공모일정을 고무줄처럼 늦추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모주 투자자들은 내주 공모주 청약은 물론이며 심지어 이번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인 기업들의 청약 여부도 확신하지 못하고 해당 증권사 금융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실시 여부를 묻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간사 증권사는 최근 시장조성 부담을 감안하면 이런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나 정작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금융감독원이 교통정리에 나서기보다는 '법대로'만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시행착오가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혼란스런 공모 일정=지난달 공모주 청약일정을 잡았다가 미국 테러사건 여파로 청약일을 이달 22∼23일로 연기했던 디이시스가 주간사와 공모가 합의에 실패하자 공모철회 신고서를 추석 연휴전 일찌감치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투자자들에게 지난 8일 신문 등을 통해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현투증권 기업금융팀의 김원중 부장은 "법적효력이 발생하기 이틀 전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데다 이 사실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따로 공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법대로' 대책=이같이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감독기관인 금감원은 모든 것을 규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 외에는 별 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금감원 공시심사실의 박원호 팀장은 "발행사들이 다소 편법적인 방법을 강구한다고 하더라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별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조원대의 규모에 달하는 공모주 투자자들의 보호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국상장사협의회의 관계자는 "상장회사가 아니므로 공시를 번복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에서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모주 청약자격에 3개월간 코스닥 시장내 주식거래 실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발표하면서 이처럼 청약일정을 무질서하게 방치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