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하나 사라졌다. 그동안 시장은 공격 시기와 규모, 전쟁 범위를 놓고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금융시장의 최대 악재는 향후 방향을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이다. 이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이번 공격이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 시장의 향방은 △보복테러 여부와 △전쟁기간 두가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보복테러 여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미.영 합동의 아프간 공격 후 8일 금융시장은 공격 그 자체로 인한 충격보다는 탈레반 정권과 라덴 진영이 보복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흔들렸다. 지난 주말 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20.5엔선이던 달러화 가치가 이날 1백19엔대로 떨어지고 아시아 및 유럽 증시가 1~3% 하락한 것은 주로 보복테러에 대한 불안감 탓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단기적으로는 시장불안 요인이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미국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중기적으로는 시장안정 요소"라고 지적한다. 보복테러가 없을 경우 증시와 환율이 안정되고 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라덴이 보복테러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어 국제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하게 움직일 공산이 크다. 리먼브러더스증권의 수석 외환전략가 러셀 존스는 보복테러가 발생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지난 9.11 테러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복테러시 달러화 가치가 1백15엔 밑으로 폭락하고 미국 주가는 하루사이에 15% 가량 대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9.11 테러 후 뉴욕증시가 처음 열린 지난달 17일 주가 낙폭의 2배로 금융시장을 공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 보복테러 없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금융시장은 급속히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전쟁의 장.단기화 여부 =보복테러 여부보다는 파괴력이 덜하지만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이냐도 시장의 주요 변수다. 이와 함께 확전 여부도 관건이다. 워싱턴의 민간경제연구소 내로프 이코노믹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조엘 내로프는 "보복테러 없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경우 세계 주가는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보복테러 없이 1~2주일내에 전쟁이 종료되면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안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 근거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경기부양책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어 세계 경제회복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현재로서는 이번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보복테러 사태가 터지지 않는 한 장기전이 되더라도 금융시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국지전에 대해 면역이 생겨 주가나 달러화가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미국이 확전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다른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유가급등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ABN암로은행의 잔 스튜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부진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등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도 큰 변동 없이 지금의 온스당 2백9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