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보복전쟁이 드디어 현실화된 8일 서울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가장 참혹한 양상으로 깊은 충격을 던졌던 지난달테러사태때와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이는 물론 충분한 시간적 여유속에 전쟁공포감이 희석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해석했다. 미국이 이미 기선을 제압한 상황에서 전쟁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있다. 하지만 이번 보복전쟁이 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할때 단기적인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작용할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제2의 보복테러가 감행되고,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전쟁범위가 확대될 경우 전세계 증시는 자칫 깊은 늪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상존하고 있다. ◆서울증시는 차분, 반등가능성도 대두 테러보복전쟁 개시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등 국내 증시는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오전9시45분 현재 거래소 종합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3.83포인트떨어진 498.09를 나타냈고, 코스닥은 0.71포인트 떨어진 53.36을 기록했다. 개장초 한때 낙폭이 확대되던 상황이 안정되면서 점차 낙폭이 줄어드는 모습에서 서울증시의 차분한 분위기를 충분히 엿볼 수있다. 이런 모습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테러보복전쟁이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이 비교적 `미약'한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이라는 재료가 기본적으로 증시에 악재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번 전쟁이 충분히 예견된데다 국지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충격파가 제한적이라는분석때문이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대응전쟁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는 그동안 전쟁에 대비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는 등완충장치를 마련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수의 흐름은 거래소의 경우 500선을 중심으로 밀고 당기는 과정이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나스닥시장이 저항대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국내증시도 미국증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일시적인 하락세를 이용해 매수타이밍을 잡는 자세도 권하는등 반등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지수향방도 500선 돌파를 한 뒤 540선까지 올라갈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도 엄존 대부분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지니는 원초적 타격을 중시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일부에서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하지만 전쟁 발발 자체가 불확실성을 새로 창출했다고 봐야한다"면서 "이번 전쟁의 장기화 여부와 이슬람권의 반발 등이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이번 전쟁과 과거 걸프전 당시와 직접적인 비교를 가급적하지 않고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걸프전 당시와 달리 미국 증시와의 연동성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장 부장은 "걸프전 당시처럼 단기 충격으로 폭락한 뒤 전쟁의 양상이 안정되면강한 오름세로 돌아서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결국 전쟁에 대한 단기적인 충격으로 국내 증시의 하락은 예상되며, 회복은 바닥을 알 수없는 U자형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있을까 테러보복전쟁이 미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향후 증시의 향방과 직결되는 사안이다.미국경제의 방향성이 미국증시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미국증시는 곧바로 국내증시의 방향타가 돼왔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반등의 계기를 제공할 수있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은 "걸프전에서도 보았듯 경제와 증시를 함께 어렵게하는 것은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모르는 일이며, 오히려 전쟁이 시작되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미국의소비심리가 회복될 수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번 전쟁이 걸프전 당시처럼 사태가 신속하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에는미국경제도 부정적인 여파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슬람의 보복테러가 감행되면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는 더욱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뿌리깊은 낙관주의를 감안할때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에 비관적인 영향보다는 미국경제를 되살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