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계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IT(정보기술)산업 경기침체에다 미국 테러사태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경기회복이 갈수록 불투명해지자 구조조정과 긴축경영 밖에는 돌파구가 없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업체인 ㈜이오테크닉스는 이날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현재 180명인 국내인력을 이달 중순까지 140명으로 22% 감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초에 500억원의 매출액을 예상했으나 극심한 반도체불황으로 매출이 2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불가피하게 인력 감축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임직원이 20%의 연봉 자진 삭감을 결의했던 이오테크닉스는 이번 인력감축으로 전체 관리비의 35%, 연간 2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테크 또한 이달들어 긴축경영 돌입과 함께 인력 및 사업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계 1위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국내업체도 예외일 수 없다"며 "인력감축과 함께 저수익 사업부문의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줄어든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사는 봉급삭감과 조기퇴직에 이어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2천명을 감원한다는 구조조정안을 최근 발표했었다. 신성이엔지는 전체 인력의 20%를 차지하지만 수익성은 감소하고 있는 공조기 사업부문을 올해말까지 별도법인으로 분리, 실질적인 인건비 절감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조기 부문의 급여를 급여수준이 높은 반도체장비 부문에 맞춰왔지만 더이상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공조기 부문은 다른 계열사와 합쳐 통합법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비용절감과 함께 지난해 매출액의 40%를 차지했던 R&D(연구개발) 비용을 올해는 매출의 20% 수준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과감한 R&D투자가 올 상반기 매출확대의 기반이 됐지만 반도체불황의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제품 양산이 가까운 단기 프로젝트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가절감을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는 케이씨텍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불황의 장기화는 이제 장비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비용절감과조직슬림화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기업만이 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