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내년도에 대한 '베팅'에 들어갔다. 지금 미국경제가 침체기인 게 분명하지만 빠르면 내년,늦어도 후년부터는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확신이다. 다만 이번 군사보복조치로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미국증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월가에선 지난달 11일 발생했던 테러사건과 군사보복조치가 일부 산업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란 당초 예상은 틀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단기금리를 29년만의 최저치인 2.5%로 내리는 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융완화정책도 투자심리안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투자자의 멍든 가슴이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여서 모토로라(9일)등 주요 기업들의 수익발표와 군사보복조치로 주가가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도 많은 편이다. 최근 주가상승의 견인차는 불과 얼마전까지만도 찬밥신세였던 기술주들.시스코시스템스 델컴퓨터같은 '대표선수'의 수익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스코는 3분기의 수익이 주당 2센트로 목표를 달성했다는 발표로 지난주 무려 22.7% 뛴 주당 14.94달러를 기록했다. 시스코의 발표는 테러사태이후 기술주투자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주면서 다른 기술주들의 동반상승을 가져왔다. 인텔(7.4%) 오라클(13%) 마이크로소프트(12.8%)등 종목이 대부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나스닥은 지난주 무려 7.1% 상승하며 1,600선을 회복했고 다우는 3%,S&P500은 2.8% 올랐다. S&P500지수는 테러발생 이전수준에 2%차로 접근했고 2주만에 거의 9백포인트 오른 다우도 테러이전수준에 5백포인트차로 따라잡았다. 애널리스트들로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밝은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였던 모건스탠리의 바이론 윈은 "정부가 금융 재정정책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어 경기회복의 가능성을 크게 해주고 있다"며 "기업수익측면에서 올해는 '잃어버린 한해'지만 내년부터는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악재들은 이런 낙관론사이에 가려져 거의 무시되는 분위기다. 9월 실업자수가 19만9천명으로 거의 10년만에 큰 폭이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번주 월가의 관심사중 하나는 부동산투자신탁(REIT)회사들.30년만에 처음으로 S&P500지수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첫번째 편입종목은 미국 최대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인 이큐티오피스부동산으로 텍사코를 밀어내고 지수산정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지수편입을 계기로 부동산주식이 한차례 레벨업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하나는 이번 군사보복조치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여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