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데스투자자문의 김한진 상무(41)는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들로부터 증권가의 대표적인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내고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6년 신영증권 조사부를 시작으로 증시와 인연을 맺은 이후 줄곧 이코노미스트의 길을 걸어왔으며 주경야독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학구파이기도 하다. 김 상무는 향후 경기와 증시에 대해 어둡지만은 않지만 동시에 인내를 요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기는 3분기에 최악의 상황을 맞아 바닥을 찍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봅니" -미국 테러 사건 이후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데. "세계 경제는 테러 사건 이전부터 침체국면에 있었지만 테러 쇼크로 골이 더욱 깊어지고 회복 속도 또한 지연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2분기에 제로 성장을 한 데 이어 3분기에는 마이너스 2.1%의 성장률로 최악의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도 당초 4.0%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일각에서는 미국발(發) 장기 복합불황이 닥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현재 미국 경제는 70년대 오일쇼크,90년대 걸프전 때에 버금가는 침체 상황을 보이고 있다. 과잉투자의 후유증에 테러 쇼크까지 겹쳐 소비와 고용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일본식 복합불황과 같은 악성(spiral) 디플레이션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의 기초가 여전히 건실하다는 것이다. 저물가가 유지되고 있고 기업의 생산성은 안정적이며 베이비 붐 세대의 소비력 또한 왕성하다.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얘기다" -3분기 경기가 최악의 상황이라면 4분기부터는 회복된다는 얘긴가. "바닥이 넓은 U자형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IT산업의 공장 가동률이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지만 재고 조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재고출하비율이 균형을 맞추는 내년 하반기 정도가 돼야 가시적인 회복이 나타날 것이다. 또 현재로서는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가능성이 낮은 만큼 8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도 시간이 걸릴 뿐 효과를 낼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를 어떻게 보나.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의 경기침체 상황은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됐다고 본다. 하지만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대한 확인 매도와 지루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데 따른 실망매물로 하락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가지수로 보면 앞으로 1년간은 440∼600선에 머물 것으로 본다. 주식투자에 매력을 줄 수 있는 국내 경제성장률은 5% 정도인데 이는 2003년이 돼야 가능할 것 같다" -투자전략은 어떻게 세우면 좋을까. "당분간은 경기 방어주 위주로 대응하는 게 좋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은 업종내 1위종목이나 배당유망주,통신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내년 중반까지는 박스권 내에서 하락과 반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형 우량주의 경우 대중심리와 반대로 기술적으로 매매한다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증시는 나름대로 투자대안으로서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글=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