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 오름세(원화가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경쟁국인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의 환율이 일제히 내림세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달러 사재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외환당국은 뒤늦게 원화의 '나홀로 약세'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고 외환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추석연휴를 전후해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될 경우 1천3백2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 '나홀로 약세' =테러사태 직전(9월11일) 환율과 비교할 때 원화가치는 0.88% 떨어졌다. 달러당 12원 가량(24일 환율기준) 환율이 오른 것이다. 반면 일본 엔화가치는 2.24%(2.6엔) 상승했다.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지난주 세차례나 시장 개입에 나섰을 정도다. 이로 인해 원.엔화 환율은 사태 전 1백엔당 1천60원대에서 24일엔 1천1백20원대까지 올라갔다. 싱가포르와 대만 환율이 0.3% 가량, 태국 바트화도 1.3%나 떨어질 정도로 이들 통화는 강세를 보였다. 대만 중앙은행은 위안화(뉴타이완 달러) 강세 저지에 나설 태세다. ◇ 원인은 뭔가 =테러사태 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점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른 주가 불안은 환율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환율과 주가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주가 약세→외국인 주식매도→역외시장에서 달러 매수→국내 환율상승→외국인 매도 가속'의 악순환이다. 여기에다 외환당국이 수출 경쟁력을 의식해 원화 약세를 사실상 방치해온 점도 한몫했다. 물론 테러사태 전에도 수출은 어려웠지만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대목이다. 지난 1∼20일중 무역수지는 6억6천만달러 적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은 상대적인 가치인데 유독 원화만 약세인 것은 시장심리가 정상을 벗어난 탓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일단은 관망하지만 환율 급등시 개입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 전망 =외환 딜러들은 1천3백10원 돌파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 선을 넘기면 1천3백20원까지 오른다고 본다. 추석 전후 최대변수는 미국의 전쟁 돌입시기와 추석 전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 출회 규모. 이응백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이번주는 월말인데다 추석 전 수출대금 유입이 예상돼 크게 걱정하진 않지만 외국인 주식 대량매도 여부가 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오름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민은행 이창영 딜러는 "역외 달러 매수세가 붙어 환율이 1천3백10원을 넘기면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쥐고 추석연휴를 넘기려는 심리로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