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20일(이하 현지시간)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CB가 이날 공개한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시사한 이같은 방침은 통화정책 기조가 그간의 물가안정 우선에서 성장촉진 쪽으로 선회한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을 가능케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ECB는 지난 17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0.5%포인트 내린지 불과 3시간여만에 금리를 같은 폭으로 전격 인하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테러) 사태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면서 "이것이 유로권의 단기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부정적인 단기 전망이 "유로권 인플레를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면서 ECB의 인플레 목표치인 2% 미만 달성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은 EC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유로권 인플레는 5월 지난 8년 사이 가장 높은 3.4%에 도달한 후 7월에 2.8%,8월에는 2.7%로 계속 하향세를 유지해왔다. 보고서는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제 기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여파가 단기적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BNP은행의 금리담당 수석연구원인 시릴 뵈짓은 "ECB가 인플레만 염두에 뒀다면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을 것"이라면서 "유로권 성장 촉진도 감안했기 때문에 인하폭이 0.5%포인트로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미뤄볼 때 "ECB 통화정책의 기조가 그간의 물가안정 우선 쪽에서 성장 촉진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타미코 베일리스 연구원도 "ECB가 FRB 식으로 이처럼 신속하게움직인 적이 없었다"면서 FRB 처럼 성장에 초점을 맞춰 재빠르게 시장 움직임에 대응하는 쪽으로 통화 정책의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뵈짓은 "ECB가 그간 통화 정책을 운용하는데 운신 폭이 좁았다"면서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가 움직이는 것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정책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내부 판단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역내 인플레가 더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 연내 유로 금리가 0.5%포인트 더 내려가고 내년초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CB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 ECB 통화정책이사회 멤버인 에른스트 벨테케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19일 이것이 세계 경제의 비상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예외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크푸르트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