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도공세를 펴고 있다. 외국인은 미국증시가 재개장한 지난 17일부터 4일연속 상장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3일연속 매일 1천억원 이상씩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3일연속 1천억원이상 순매도하기는 지난 6월19-21일이후 3개월만이다. 외국인이 이처럼 "팔자"공세를 펼치자 증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매도의 배경이 미국 뮤추얼펀드의 본격적인 환매에 따른 것일 경우 "테러장세"에 휩쓸린 국내 증시는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은 본격적인 환매에 따른 매도공세로 보기는 어렵다 의견을 보이고 있다. "테러전쟁"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미국증시의 하락으로 인해 전반적인 주식비중을 줄이고 편입종목을 개편하는 차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본격적인 환매에 따른 것은 아니다=외국인은 테러 사태가 터진 지난 12일 1천1백55억원어치의 상장주식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13일과 14일에는 각각 5백67억원과 5백1억원어치를 순매수,장을 떠받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사정은 지난 17일부터 달라졌다. 17일 1백3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18일 1천1백17억원 △19일 1천41억원 △20일 1천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매도공세가 미국 뮤추얼펀드 투자자의 본격적인 환매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테러전쟁'이라는 변수와 미국 증시 하락세,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감이 겹쳐 전반적으로 주식비중을 줄이는 작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함춘승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전무는 "미국 현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아직 뮤추얼펀드에 대한 환매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징후를 찾기 힘들다"며 "다만 반도체 경기 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도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도 "환매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자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달러화 약세 현상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에 대해 본격적인 팔자(Sell Korea)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일부 환매조짐은 있다=그렇지만 본격적인 뮤추얼펀드 환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선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의 뮤추얼펀드 자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4주 연속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간의 환매가 테러 사태를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테러사태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중립적 자세를 유지하던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매도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도 "대규모는 아니지만 미국 뮤추얼펀드의 환매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미국 뮤추얼펀드의 경우 9월 결산이 많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환매가 몰리는 계절적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을 갈아 탄다=외국인의 매도공세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매태도와 궤적을 같이한다. 외국인은 지난 17일부터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공세를 퍼부었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내린 주식을 집중적으로 털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이 3일 연속 1천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전업종에 걸친 무차별적인 매도공세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외국인은 이날도 전기전자업종을 인정사정 없이 팔아치운 반면 통신주는 1백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날에 이어 건설 비금속 음식료 의약주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증시의 업종별 등락과 비슷한 추세다. 즉 외국인은 미국 증시의 업종별 등락에 따라 국내 증시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외국인을 억누를 투자주체가 없는 만큼 외국인이 갈아타는 업종에 대해 중점을 둔 투자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