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군단(개인투자자)이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매도공세 과감히 맞서고 있다. 19일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냈지만 개미들은 강력한 매수세로 주가를 방어했다. 최근 증시는 완연한 "개미 장세"다. "실탄"을 가진 쪽은 개미군단뿐이다. 외국인은 미국 테러 참사 이후 뮤추얼펀드 환매 요구에 대한 불안 등으로 쉽사리 매수에 가담하지 못하고 있고 국내기관은 매수여력이 없다. 이런 와중에 이른바 "큰손"인 거액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흔적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미국 테러 참사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의 폭락세를 보인 지난 12일 이후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증시로 돈이 들어온다=이달 들어 개인의 신규 자금 유입이 월별 기준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관 및 외국인 자금과 개인 매도분을 제외한 실질고객예탁금 순유입액이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1조1천3백56억원에 달했다. 상승장이었던 지난 1월과 4월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규모다. 연초 미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탔던 지난 1월 개인 신규 자금 유입은 4천9백98억원에 그쳤었다. 또 지수가 연중 최저점(491.21)을 기록한 뒤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지난 4월에도 3천85억원 정도만 유입됐다. 이달 들어 신규 유입된 개인 자금의 77.5%인 8천8백억원은 미국 테러 참사 직후인 지난 12일 이후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폭락에 따른 저가 메리트가 시중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매집 준비에 들어간 '큰 손'=일부 '큰 손'들이 증시로 돌아왔지만 아직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언제라도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있도록 자금을 주식계좌에 넣어둔 채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D증권사의 H지점장은 "최근 1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 과거 걸프전이나 IMF 외환위기 당시 큰 돈을 벌었던 경험 때문에 미국 테러 참사 사건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 12일 주가 대폭락 사태 이후 추가 하락이 이어졌다면 '큰 손'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모 증권사의 한 지점에 전혀 거래가 없던 사람으로부터 2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온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D증권의 J지점장도 "여차하면 매수하겠다는 거액 신규 자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큰 손들은 실적이 좋은 저가 대형주에 관심이 많다"면서 "저금리 기조로 배당이 많은 저가주를 노리는 대기 자금도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망 및 투자요령=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활발한 개인 장세가 펼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관련주나 외국인 및 기관 보유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기 소외주로 매기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증권 박상욱 연구원은 "개인 선호 종목인 건설주와 경기방어적 성격을 지닌 제약주,외국인 및 기관 보유물량이 적어 수급상으로 유리한 자산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격 메리트가 중요한 투자잣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낙폭과대주도 눈여겨 봐야 한다. 실제로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많이 올랐던 국민은행 현대증권 기아자동차 신세계 등을 팔고 낙폭이 컸던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굿모닝증권 LG전자 등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