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미 테러사태이후 휘청거린 증권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17일 '순매수 결의'를 한 이른바 기관투자자들의 행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흉흉해진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억지로 결의를 한 듯 매수세를 형성하기는 커녕 매물을 내다팔아 시장의 불안감만 더욱 조성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사장단은 19일 오전 서둘러 회의를 열어 `순매수 재결의'를 하는 웃지못할 촌극마저 연출했다. 0...19일 오전 여의도 증권업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증권사사장단 회의는 목적이뚜렷한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호수 증협회장이 먼저 모임의 취지를 분명히했다. 오 회장은 "증시안정을 위해서는 증권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지난 17일 업계 자율로 결의한 '순매수' 약속을 실천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증협은 회의에 앞서 증권사들의 순매수 이행과 관련해 "일별로 해당 증권사의이행상황을 체크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을 증권사에 통보했다. 또 순매수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정관에 의거해 자율규제위원회에서 제재조치를 취할 수있음을 강조한 것은 물론이다. 오회장은 업계출신답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의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고충속에서도 시장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할말은 많겠지만 대의를 위해 힘을 실어달라는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분위기가아니었다. 결국 38개 회원증권사 사장들도 "회장의 뜻을 잘 알겠다"거나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화답했고, 회의는 10분만에 끝났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한 증권사 직원은 "매수결의라는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진 않지만 업계의 상황을 잘 알면서 매수우위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0...17일의 1차 `순매수 결의'를 한 이후 기관들의 매매행태는 아예 결의를 하지 않으니만도 못한 양상을 보였다. 결의 하루만인 18일 증권사들은 98억원어치, 은행들은 16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오전 내내 팔아치우던 투신사들은 오후들어 매수로 전환해 그나마 2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결국 기관들의 이날 순매도는 347억원에 달했다. 개인들이 나홀로 장을 떠받들고 있는 사이에 매수를 하겠다던 기관은 외국인과 함께 반등을 이용해 매물을 털어낸 것이다. 19일 재결의 이후에는 다소 상황이 달라졌다. 기관들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544어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장을 떠받치는데상당한 역할을 했다. 증권(305억원)을 비롯해 보험, 투신 등이 매수를 주도했다. 재결의 효과가 괜찮았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이들은 코스닥시장을 외면했다. 88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한 코스닥시장에서 매수우위를 지킨 것은 고작 은행 한곳뿐이었고, 그나마 1억원에 불과했다. 증시관계자들은 "기관들의 매수결의는 한마디로 정부의 압력을 두려워한 것"이라면서 "순진한 개인투자자들도 너무 기관들의 약속을 믿지 말고 냉정한 판단으로투자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