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이후 미국 시장의 재개장 충격이 예상된 수준을 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종합지수가 480대 안팎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은 개장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0.5%포인트 금리인하 발표와 2분간의 추모묵념, 자사주 매입과 매도자제 분위기 속에서 출발한 뒤 다우지수는 7%, 나스닥지수는 6.8% 수준으로 충격을 소화하며 마감했다. 유럽증시는 미국 금리인하에다 예상수준의 낙폭 덕에 반등하며 마감했다. 신중론을 보이던 유럽중앙은행(ECB)도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테러 사태 수습처리에 동참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상황에서 낙폭이 과도했던 만큼 반등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등 아시아 주가 대부분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반등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 미국 증시가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불안감이 더욱 증폭됐고 △ 향후 전쟁 공포감을 어떻게 추스려 나갈 지 △ 그리고 실물 경제 등 경제에 실질적으로 미칠 충격이 어떻게 소화되는지 아직 산적한 과제가 늘어서 있다고 지적한다. ◆ 주가 상승폭 제한, 기관 매수여력 제한될 듯 = 국내 증시가 종합지수면에서 540선에서 465대의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면서 470∼480선으로 추락하며 초대형 하락갭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상승폭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긴급증시대책을 통해 자사주 매입 제한을 풀고 금융기관의 투자한도를 확대하는, 필요할 경우 증안기금 충분 조성 등 수급 안정을 위한 조치를 내놓고, 주택은행 등에서 1조원 규모의 주식 매입을 발표하는 등 금융기관의 안정책 동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보험이나 투신 등 기관투자자들의 투자한도 확대가 수급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직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고객의 환매 요청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관의 매수여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주 종합지수가 연중최저치로 폭락하는 과정에서 우량주로 꼽히던 삼성전자, 한국통신 등의 수많은 종목들이 연중최저치 수준까지 급락, 손절매를 못하고 평가손실 중인 펀드가 적지 않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다. 이날 지수반등을 이끌고 있는 것은 개인들의 매수세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이 계속 매수의지를 보이고 있고 외국인이 최근 관망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 충격에도 매도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매도우위를 보이는 등 저가매수보다는 반등을 이용한 고점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주가 420∼500선으로 박스권 확대, 변동성 커질 듯 = 시장관계자들은 향후 장의 변수는 보복전쟁의 수준과 장기화 여부, 그리고 경기회복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미국 시장이 오전장까지 금리인하과 패닉에서 탈피했다는 안도감으로 5% 정도 수준에서 등락했다가 장후반 전쟁 불안심리로 낙폭이 확대됐다. 그리고 골드만 삭스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조셉 에비 코헨 여사 등 전략가들이 지수전망을 낮추는 등 테러사태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당분간 420이나 430선을 저점으로 450∼500선의 박스권이 예상되고 있다. 일단 테러의 직접적인 시장충격을 받아들인 뒤 추가적으로 전쟁불안감을 소화하면서 저점을 잡아가고 사태 수습에 따라 다소 고점을 높여가는 과정이 예상되고 있다. KGI증권 조사부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사태 충격을 완화하고자 1인 100주 사기 운동 등 일종의 'Buy America'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개장 충격을 반영하고 금리인하로 채권으로 갈 수도 없어 주가의 급락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보복공격이나 전쟁 우려감이 상존하고 있어 안정을 찾았다고 말하기는 다소 이르다"며 "향후 장세는 경기변수에 정치 방향성이 가세돼 랜덤워크(random walk) 장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델타투자자문의 박상현 이사는 "지난 8월말 이래 사태 전까지 540선을 저점으로 한 지루하고 좁은 박스권에서 박스권 폭이 확대되고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며 "개별 종목 장세에서 업종 변동성까지 생겨 쏠림 현상이 있을 것을 감안하고 투자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태 충격이 미국보다 컸다는 낙폭과대 심리로 480선으로 반등했으나 당분간 500선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레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450밑 선이 돼야 가격메리트나 기대수익률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