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뉴욕증시가 재개장 첫 날 폭락했음에도 국내 증시는 그동안의 급락세를 접고 반등하고 있다. 18일 거래소시장은 사흘만에 오름세로 돌아서며 480선을 회복했고 큰 폭으로 무너졌던 코스닥시장도 7일만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오랜만의 양대 증시 동반상승세로 가격제한폭 축소 등 비상대책을 논의하던 전날까지의 팽팽한 긴장감은 다소 가셨으나 아직 하락세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미국의 테러보복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한데다 기습적인 금리인하와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발표 등의 '보혈주사'로 낙폭을 줄인 미국증시의 향후 행보도 안개속이기 때문이다. ◆ 뉴욕증시 '폭락'인가 '선전'인가 나흘간의 휴장을 끝내고 전날 재개장된 뉴욕증시는 다우존스지수가 휴장전에 비해 7.13% 급락, 9,000선이 무너졌고 나스닥지수 역시 6.8%이상 하락 1,600선이하로 내려앉았다. 유럽은 물론 일본 등 동남아 증시도 이 정도의 폭락은 이미 지난 12일 테러사태 발발 시점에서 예상됐던 수준이라며 '선전'했다고 평가하고 있고 백악관도 "당초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애국심'에 편승한 미국증시의 이같은 모습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뉴욕증시 하락세가 이 정도에 그친 것은 자생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올들어 8번째 금리인하로 기준금리를 3%선까지 낮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 캐나다 중앙은행의 동반금리인하,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매입, 개장전 워렌 버핏, 왈리드 왕자 등 주요 투자자들의 매도자제선언 등의 뒷받침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의 장득수 리서치부장은 "'애국심'이 장을 떠받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미국 투자자들이 추가로 팔기시작하면 한국증시도 다시 하락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우리 시장 급락세 탈출 뉴욕증시가 인위적으로 지지된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거래소 코스닥이 모두 반등, 지난 일주일간 증시를 무겁게 짓눌렀던 압박감은 상당히 완화된 상태다. 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미 증시의 7%하락이 예상됐던 수준인 반면, 한국증시는 코스닥이 25%가 빠지는 등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며 "현 증시는 자체적으로도 이미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수 있는 국면에 진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신영증권의 장 부장도 "미국증시가 현 상태에서 반등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과도한 반응을 보였던 한국증시의 낙폭을 감안하면 미 증시의 추가폭락이 없을 경우 지수 500선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향후 전망은 '불투명' 주식시장의 향후 반등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의 장세는 단순히 기술적 반등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보복공격의 추이와 뉴욕 및 세계 주요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동양증권 서 팀장은 "우리 증시는 이미 향후 사태가 전쟁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을 가정하고 악재가 모두 주가에 반영된 상태로 해석된다"며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추가폭락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의 '패닉상태'가 진정되면서 주가를 결정하는 펀더멘틀즈에 관심을 둬야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테러사태전 발표된 실업수당청구건수, 산업생산 및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모두 미국경기가 현재 불황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사태 역시 단기간내 해소가 어려운 쪽으로 흐르고 있어 우리 증시의 지수 500선 회복 및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임 팀장은 "개장초 금리인하 등의 분위기에 지탱되던 전날 뉴욕증시가 장후반 들어 더 밀렸다는 점도 우리시장엔 좋지않은 징후"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