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증시에 다시 진한 먹구름이 깔렸다.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테러로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아시아증시는 지난주 주요국들간의 "경제살리기" 공조로 잠시 반등기미를 보였지만 미국의 보복공격이 늦어지면서 다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복전쟁의 장기화전망도 매도세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열린 17일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동반급락한 것도 이런 불안감 때문이다.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주가는 장중 지난 83년 12월이후 처음으로 9천5백엔선이 붕괴됐다. 종가는 가까스로 9천5백엔에 턱걸이 했다. 홍콩증시의 항셍지수(-3.03%),싱가포르 FT지수(-4.77%)도 동반급락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대부분 아시아국가 증시도 하락대열에 동참했다. 대만 타이베이증시는 태풍으로 휴장,폭락을 면했다. 테러영향으로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대미수출비중이 높은 업종의 주가가 약세를 선도했다. 도쿄증시에선 혼다자동차와 닛산자동차가 10%이상 급락했다. 도요타자동차도 약세를 면치못했다.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소니도 10%가까이 하락했다. 마쓰시다전기도 올회계연도에 1백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10%이상 급락했다. 만성적인 부실채권 문제를 안고있는 은행주도 하락폭이 컸다. 일본 4위 소매업체인 마이칼의 법정관리로 부실채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주채권은행인 미즈호홀딩스가 은행주 하락을 주도했다. 테러의 최대피해 업종인 항공관련주의 낙폭도 두드러졌다. 홍콩 최대 항공업체인 케세이퍼시픽은 주가가 15%이상 급락하며 3년내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붕괴된 미국 세계무역센터내에 사무실을 두었던 HSBC도 낙폭이 컸다. 싱가포르 증시에서도 항공관련 주식들이 하락을 선도했다. 특히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지난 11일 테러발생이후 주가가 30%나 폭락했다. 호주및 뉴질랜드증시에서도 항공주식들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타겟자산관리의 분석가 텡 니엑 리안은 "투자자들이 뉴욕증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특히 달러약세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증시 관계자들은 또 미국의 테러보복 공격이 장기화되면 미국의 개인 소비가 감소,대미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지역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16엔대까지 급등하자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재무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의 급격한 엔고는 일본의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시장개입 사실을 밝혔다. 일본은행은 이와 함께 이날 오전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단기 금융시장에 대한 자금공급을 크게 늘렸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흐름이 미군사보복의 강도와 신속성,확대여부에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증시 개장이후 아시아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소 엇갈린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수요부진으로 고전중인 정보기술(IT)업계가 테러로 추가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이날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증시가 안정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