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증시에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증시 개장을 앞두고 열린 도쿄증시의 닛케이주가는 17일 장중 지난 83년 12월이후 처음으로 9천5백엔선까지 붕괴됐다. 홍콩 항셍지수도 3%가까이 떨어졌고 싱가포르증시도 5%정도 급락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 대부분의 아시아국가 증시도 동반하락에 동참했다. 이날 대만 타이베이증시는 태풍으로 휴장했다. 미국의 군사보복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심리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도쿄증시에선 테러영향으로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면서 대미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졌다. 혼다자동차와 닛산자동차가 10%이상 급락했으며 도요타자동차의 낙폭도 5%를 넘었다.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소니도 10%가까이 하락했다. 마쓰시다통신공업도 올회계연도에 1백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10%이상 급락했다. 만성적인 부실채권 문제를 안고있는 은행주도 하락폭이 컸다. 일본 4위 소매업체인 마이칼의 법정관리로 부실채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주채권은행인 미스호홀딩스가 은행주 하락을 주도했다. 타겟자산관리의 분석가 텡 니엑 리안은 "미국증시가 개장되면 패닉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몰려 하락폭이 5~10%정도 될 것"이라며 "아시아증시의 투자자들은 달러약세와 미증시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증시에선 홍콩 최대 항공업체인 케세이퍼시픽이 "테러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케세이퍼시픽 주가는 15%이상 폭락하며 3년내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붕괴된 미국 세계무역센터내에 사무실을 두었던 HSBC도 낙폭이 컸다. 싱가포르 증시에서도 항공관련 주식들이 하락을 선도했다. 특히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이날 지난 11일 테러발생이후 주가가 30%나 폭락했다. 호주및 뉴질랜드증시에서도 항공주식들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아시아증시 관계자들은 미국의 테러보복 공격이 장기화되면 미국의 개인 소비가 감소,대미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지역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16엔대까지 급등하자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재무성이 성명을 통해 "최근의 급격한 엔고는 일본의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외환시장 개입사실을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은행은 이와 함께 이날 오전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단기 금융시장에 대한 자금공급을 8조엔으로 늘렸다. 전문가들은 이날 아시아증시가 급락한 것은 미국의 보복공격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17일 동시다발테러는 수요부진으로 고전중인 세계 정보기술(IT)업계가 추가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이날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것"이라며 "설령 뉴욕증시가 개장직후 급락한다 할지라도 곧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