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 테러쇼크와 후폭풍에 이어 전쟁개시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연일 폭락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미 테러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12일 이후 17일까지 4일연속 하락해 하락률이 25.5%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하루나마 반등한 거래소시장의 하락률 13.2%의 두배에 가깝다. 코스닥은 또 미국시장 개장을 하루 앞둔 17일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정부와 증권,투신업계 등의 증시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8.2%나 폭락해 2.8% 하락한 거래소와대조를 보였다. 코스닥의 가격제한폭은 12%로 거래소의 15%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하락폭 차이는 더욱 벌어졌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코스닥시장의 충격이 더 큰 원인은 증시관계자들은 유독 코스닥이 급락하는 원인에 대해 하나같이 개인비중이 높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는다. 코스닥의 개인매매비중은 95%에 달해 시장이 개인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스닥은 거래소와 달리 기관이나 외국인이 시장을 지탱지 못하고 있으며 선물거래가 미미해 현물시장의 안전판이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주요인이다. 코스닥은 IT경기의침체에다 예기치 못한 사태로 안정성에 큰 타격을 입었고 투자자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장세에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다보니 변동성이 큰 코스닥은 자연스럽게 소외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신규등록과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주식전환으로 제한된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수급조절이 실패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거래규모와 거래대금은 연거푸 최저 신기록을 거듭 경신하고 있지만 올들어 새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은 무려 103개에 달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도 코스닥은 거래소에 비해 고평가됐으며 이번 사태로인해 급락했을 뿐 연초와 비교하면 거래소보다 크게 하락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거품은 더 빠져야 한다는 조심스런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제도마저 허술 지난 12일 코스닥시장은 폭락세를 조금이나마 진정시켜줄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같은날 거래소시장이 지수가 10%이상 1분동안 하락하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매매를 정지시킨 것과는 달리 코스닥시장은 전산시스템과 규정이 갖춰지지 않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래소의 경우 서킷브레이커가 폭락세를 막은 효과는 극히 미미했지만 그나마약발이 미미한 진정제도 없는 코스닥은 수직하강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시장제도의 허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코스닥위원회는 증시 폭락세가 진정되지 않자 15일 부랴부랴 가격제한폭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은 가격제한폭 조정제도에 대해 "미국 나스닥이 5% 이상 하락하면 도입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나 단기 급락으로 조정을 이미 거쳤기 때문에 가격제한폭을 조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정작 시장을 안정시켜줄 장치가 필요했던 폭락장세에서는 아무런 시장조치의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뒷짐만 지다 뒤늦게 `면피용'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코스닥의 앞날은 각 증권사의 코스닥 시황분석가들은 향후 전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굿모닝증권 이상호 과장은 "미국 증시방향과 향후 전쟁상항을 주시할 수 밖에없다"며 "기술적으로도 20일 이격도가 75%까지 내려갔는데도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않아 기술적분석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지수가 50선을 깨고 내려가자 아무도 코스닥의 바닥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있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약세국면은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단기급락에 따라 투매상태는 진정이 될 것"이라며 "지수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없다"고 말했다. LG증권 전형범 연구원도 "투매현상은 외부의 충격에 따른 통제불가능한 투자심리로 일어난 것"이라며 "외부 변수를 감안하지 않는 전망은 탁상공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