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크게 떨어진 17일 증권사 각 지점에는 미국 테러사건 이후 뚝 끊겼던 문의전화가 다시 이어졌다. 앞으로의 시황 전망 못지않게 "이제 들어가볼만한게 아니냐"는 저가매수 시점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코스닥시장이 단기급락후 급반등이라는 패턴을 되풀이해온 터여서 악재가 선반영된 만큼 주식을 골라볼만한 시점이 아니냐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현재 바닥을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주식을 매수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V"자형 반등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단기간에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여전히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1일 이후 나흘(거래일 기준)만에 코스닥지수가 25% 이상 급락했다. 이날도 하룻동안 연중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이 전체 등록종목의 50%를 넘어서는 등 여전히 시장이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증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손절매시점은 이미 지났다며 단기반등을 기다려 현금보유비중을 늘리거나 당분간 관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아직 '바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테러사태로 휴장에 들어간 미국시장이 열리게 되면 서울증시도 영향권에서 벗어날수 없어 충격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상증시 안정화대책마련에 나선 것도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신영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IMF사태때나 지난해 말 증시급락때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특수상황이나 IT산업의 불투명성에서 나온 약세장과 달리 누구도 향후 사태전개와 이에 따른 시장반응을 예단할수 없는 상황이어서 테러참사 쇼크로 주가는 상당기간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손범규 수석연구원도 "시장이 반등기회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대형악재가 발생한 만큼 추가하락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속단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보증권 최성호 연구원은 "미국이 이번 테러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향후 증시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테러대책이 상당기간 지연될 경우 주식시장도 당분간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응전략=대부분 전문가들은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리스크관리에 치중하고 섣부른 매매는 삼가하라고 주문했다. 급락에 따른 단기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현금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노근창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에겐 어느 때보다 단기반등을 노린 저가매수에 대한 유혹이 강한 때지만 테러사태 수습과정에서 돌출변수들이 너무 많아 섣부른 저가매수는 화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 연구원은 "다만 공격적인 투자자의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기관들이 적극 개입에 나서면 시가상위종목중 실적우량주중심으로 반등을 노린 단기대응으로 제한"하라고 덧붙였다. 최성호 과장도 "어떤 시나리오도 이번 사태의 결과를 예상하긴 힘든 상황"인 만큼 "쉬는 게 최상의 투자전략"이라며 당분간 매매를 자제할 것을 권유했다. 손범규 수석연구원은 "코스닥지수의 20일 이격도가 73선대로 대폭 낮아지는 등 단기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 주말 고객예탁금이 5천억원 늘어 8조원대를 회복한 것도 저가매수를 노린 대기매수세로 볼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