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사건 이후 증권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당국이 결국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제2의 증시안정기금 조성, 유사시 가격제한폭 축소, 총액대출한도 2조원 이상 증액, 출자총액제한 제도 개선 등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취하기 힘든 파격적인 조치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시대책은 대개 금요일 오후 4시께 발표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이날은 월요일,그것도 개장전 시간인 7시30분에 발표됐다.

그러나 주가는 여지없는 폭락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데는 일단 실패한 모습이다.

<>가격제한폭 축소,명령만 남았다=지난 주말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극비지시에 따라 가격제한폭 축소를 위한 전산 작업을 이미 마쳤다.

정부는 또 코스닥위원회가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 없이 가격제한폭을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고쳐놓았다.

17일 오전 재경부 관계자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가격제한폭을 축소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 서면 3시간 안에 시스템을 바꿀 수 있게 됐다"고 강조.미국 주가 동향에 따라 당장 오늘이라도 가격제한폭을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2의 증안기금 10조원 이상 조성할 듯=당국은 증안기금을 새로 조성할 지 여부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있다.

자금 출연 주체, 규모, 운용방법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성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그 규모가 일반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란 점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금조성 방침이 결정되면 기존의 기금처럼 어정쩡하게 만들지 않고 넘칠 정도로 조성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놀랄 정도의 규모로 하겠다"고 말했다.

1차 증안기금이 5조원 규모였음을 감안할 때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제2 증안기금은 최소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출자총액제한제는 증시부담이 안되게 한다=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출자총액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10조원어치에 달한다.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상 이들 기업은 내년 3월말까지 초과분을 없애야 한다.

앞으로 6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증시에 최대 10조원어치의 주식매물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든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증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구체방안으로는 <>출자총액한도를 현행 "순자산의 25%"에서 40~50%로 확대<>출자총액한도 초과분의 해소시한을 1~3년 연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

<>건의만 하고 실천은 없는 증권업계=증권업계와 투신.자산운용업 업계 대표들은 17일 각각 모임을 갖고 주식매도 자제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결의했다.

증권업계는 <>주식투자 세제지원 확대 <>증권거래세 인하 <>연기금 투자풀(investment pool)의 조속한 시행 <>자사주 규제 완화 <>증권저축 한도 및 대상 확대 <>10조원 규모의 연기금 전용펀드 추가조성 등을 건의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자율 결의는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고있다.

적극적인 매수 우위를 유지하겠다던 증권사들은 오전 장 내내 대규모 매도 우위를 보여 지수 낙폭을 키웠다.

투신 증권 등 기관투자자들은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도공세를 펴 시장불안을 가중시켰다.

김인식.박민하 기자 sskis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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