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이 1조원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전격 투입키로 한 것은 주식투자자들의 심리안정과 제2증시안정기금 조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가시적인 조치에 앞서 기관투자가인 은행이 증시 안정에 앞장서겠다고 나선 것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이와관련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됐다"며 "증시가 무너지면 은행도 타격을 받는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관투자가로서,국내 선도은행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올상반기에 거둔 5천7백억원의 이익과 풍부한 여유자금도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밑바탕이 됐다. 주택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다른 은행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회의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물론 은행별 상황이 달라 동참여부나 자금투입규모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은행들은 그동안 유가증권 투자손실을 우려,주식투자를 극도로 자제해왔었다. 그러나 주택은행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국민 신한 등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주식매수규모를 늘리거나 보유주식 매도를 자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주택은행의 행보는 정부가 검토중인 "제2증시안정기금"의 모태(母胎)역할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90년이후 4조원 규모로 조성됐던 증안기금은 당시 은행 투신사 증권사 등이 갹출해 마련했었다. 하지만 지금같은 금융구조조정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시장관계자들이 돈을 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은행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섰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정부와의 사전 교감(交感)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정부의 운신폭을 넓혀준 것이다. 정부도 이를 계기로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우량 금융회사들에게 각개약진을 하도록 유도하던,서로 공동투자를 권유하던 증시안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주택은행이 1조원의 자금을 투입키로 했지만 혼자 힘으론 한계가 있다"며 "시중자금이 은행권에 많이 몰려있는 만큼 결국 우량은행 중심으로 증시안정을 꾀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