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증시가 그 거울이다. 주가뿐 아니라 환율 금리 유가도 지금은 모두 '테러 쇼크'의 종속변수일 뿐이다. 어찌보면 '전망'이나 '예측'따위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위의 변수들을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공격개시'를 제외하면 이번주 최대의 관심사는 17일 문을 여는 미국 증시다. 나흘간의 휴장끝에 열리는 미국 증시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전세계 투자자들이 긴장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 그 이면에선 주가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한 미국 기업과 증권당국의 필사적인 노력도 감지된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그룹(AIG),시스코 시스템즈 등 우량기업들이 주식매수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도 그중 하나다. 테러 사태로 우리 정부와 금융회사들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17일 오전 8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경제장관 간담회를 갖고 금융 및 증권시장 안정 대책 등을 논의한다. 같은 시간 증권업협회와 투신협회는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사장단회의를 갖는다. 이들은 자사주 매입요건 완화 등의 주가안정화 방안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들도 이날 낮 12시 명동 은행회관에 모여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한다. 중소기업과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주식시장의 투자심리 회복 등이 주요 의제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위기관리 방안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고려중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주말 "2차 추경을 편성할지 아니면 내년 예산에 담을지 여부를 내주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테러 사태와 관련해서는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하이닉스반도체 등 소위 3대 기업현안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주목거리다. 이중 하이닉스는 이미 유탄을 맞았다. 채권단이 "테러 사태로 반도체 경기 전망이 더 불투명해졌다"며 신규지원을 보류한 것. 대우자동차나 현대투신의 경우 정부와 채권단은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테러사태 이후에도 대우차 매각 협상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빠르면 이번 주중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투신 문제도 아직은 AIG측의 인수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게 정부측 전언이다. 테러 사태에 파묻혀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 시작된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는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금강산 육로관광 등이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남측이 추진하고 있는 북측과의 '반테러 공동선언' 채택 여부가 주목된다. 역시 테러 쇼크로 뉴스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는 국정감사는 이번 주부터 중반에 들어선다. 재경위 등 16개 상임위별로 열리는 이번주 국감에서는 △이용호씨 주가조작 사건 △언론사 세무조사 △도·감청 문제 △대북 햇볕정책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임혁 기자 limhyu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