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는 뉴욕에 있다' 도쿄증시가 17일부터 다시 문을 여는 뉴욕증시의 주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사건 소식이 전해진 첫날인 지난 12일 도쿄증시는 충격흡수 장치를 총동원했지만 닛케이주가 1만엔이 개장 직후 단숨에 무너지고 객장에는 붕괴 위기감이 가득했다. 지난 84년 1월 이후 17년8개월 만에 9천6백엔대까지 폭락했던 주가는 그러나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 14일 1만엔대(10,089.89엔)까지 급반등했다. 나타난 결과만으로 본다면 테러 뉴스의 충격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쿄증시의 지난 주말 내부 사정은 다른 주요국 증시들과 크게 달랐다. 주가를 밀어올린 에너지가 외부 요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가 회복에는 소매업 매출 랭킹에서 일본 4위를 달리는 마이칼그룹의 도산 소식이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주가는 14일 오후 1시51분 올해 최저치인 9천5백80.34까지 추락했으나 은행이 추가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마이칼이 법적갱생을 신청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삽시간에 급반등했다. 대그룹의 자금난이나 부도위기설이 잠깐 퍼지기만 해도 주가가 강펀치를 맞는 종전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분석가들은 마이칼그룹의 도산이야말로 불량채권 처리를 놓고 채무자인 기업들에 질질 끌려 다녔던 일본 은행들이 제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신호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강경자세로 돌아서면 한계 기업들의 정리가 본격화되고, 은행은 은행대로 환부를 도려내고 새 피(정부 공적자금)를 수혈받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관측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