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 길목에 미국의 테러사태가 '직격탄'을 날렸다. 채권은행들이 미국 테러로 반도체 경기 회복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이유를 들어 당초 추진했던 5천억원의 신규자금 투입을 보류했다. 채권단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반도체 경기전망과 하이닉스의 회생 여부를 다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출자전환 등으로 당분간 연명할 수 있을 만큼의 지원만 하기로 결정했다. ◇ 신규 지원 왜 보류됐나 =정상화 방안에 찬성 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채권비율 6.4%)과 주택은행(2.9%)이 신규 지원에 부정적으로 돌아선게 결정적이었다. 당초 산업(16.4%) 한빛(15.4%) 외환(15.3%) 조흥은행(12.9%)과 국민 주택은행 등이 모두 찬성하면 동의율이 75%를 넘어 정상화 방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국민과 주택은행은 막판에 출자전환 등 기존 채무조정에는 동의하지만 신규 지원은 어렵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 은행은 미국 테러사태로 반도체 경기 회복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신규 자금을 하이닉스에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좀더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신규 지원여부는 나중에 재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견해에 처음부터 신규 지원에 난색을 표명했던 신한 하나 한미 제일은행 등이 동조하면서 결국 신규 자금 지원안은 보류됐다. ◇ 출자전환만으로 괜찮을까 =하이닉스의 정상화 방안에서 신규 지원이 일단 빠짐에 따라 하이닉스의 회생엔 먹구름이 끼게 됐다. 물론 외환은행 관계자는 "3조원 출자전환과 여신 만기연장만으로도 유동성 위기는 해소할 수 있다"며 "신규지원은 추후 논의키로 한 만큼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 자금지원이 빠진 지원책이 당장 시장으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체의 특성상 신규 시설자금 지원 없는 출자전환만으로는 하이닉스의 회생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채권은행의 신규 지원이 어려울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하이닉스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로 내리 꽂혔다. 또 미국 테러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더라도 과연 채권은행들의 신규 지원에 합의할지도 의문이다.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은 테러사태와 무관하게 신규 지원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만약 신규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존 주주를 상대로 한 1조원의 유상증자도 어려워질게 뻔하다. 채권단조차 회생을 확신하지 못하는 기업의 증자에 참여할 투자자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권은행들이 하이닉스 회생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투신사들로부터 1조2천억원의 회사채 만기연장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