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의 여파로 출렁거렸던 세계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반면 유독 아시아와 한국의 금융시장은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세계 증시중 최대폭의 하락과 반등을 거듭했고 코스닥지수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금리가 사상 최저(채권값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가 하면 원화환율은 각국 통화의 안정세와는 반대로 '나홀로 약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장불안에 대해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와 '냄비근성' 탓으로 여기고 있다. 시장의 기반이 취약하고 덜 성숙돼 외부 충격에 쉽사리 과도하게 오르내린다는 얘기다. 이는 대만 태국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 환율 =미국 테러사태가 터진 12일 급락했던 원화환율은 13,14일 되올라 1천3백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경제 침체 장기화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엔화 유로화를 비롯 대만 달러화, 태국 바트화, 싱가포르 달러화 등도 환율이 일제히 내렸거나 보합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원화만 오히려 사태 이전(11일 1천2백95원80전)보다 더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하루 거래량이 20억달러 정도로 줄면서 적은 주문에도 환율이 급등락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무력보복 뒤 달러 강세를 점치고 있고 일부 정유사들은 원유수입을 위한 달러 사재기에 나선것도 환율오름세를 부채질했다. 그러나 환율이 1천3백원선을 넘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금리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14일 전날보다 0.07%포인트 낮은 연 4.92%까지 떨어졌다. 장중 한때는 0.11%포인트 낮은 4.88%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1년만기 통안증권(연 4.9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테러사태 직전(11일 연 5.18%)에 비해선 사흘새 0.30%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골이 깊어져 회복이 더욱 더딜 것이란 분석과 미국의 금리인하 및 한은의 추가 콜금리 인하 기대감도 반영됐다. 한은은 금리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보고 속도조절에 나섰다. 한은은 이날 통안증권 창구판매 때 시장금리보다 높게 입찰금리를 제시함으로써 채권시장에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