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다시 휘몰아쳤다. 종합지수는 장중 이틀만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고 코스닥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0선을 깨고내렸다. 투자자들은 세계무역센터 테러의 파장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선포 소식에 이어 주말 보복공격설 등이 돌며 후폭풍의 불안감만 증폭했다. 17일 뉴욕증시 개장 이후 폭락 가능성에 무게를 둔 비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중소형 기업의 자금악화설, 이용호 G&G회장의 주가조작 사건 등 내우외환으로 투자심리가 급속 냉각됐다. 국내 일부 증시정보 단말기에 일본 닛케이지수가 잘못 표기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발생, 테러 후유증이라는 씁쓸한 설명과 함께 투자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8년 중 최저치로 떨어진 소비자신뢰지수, 43만명을 넘어선 실업수당 신청자 등 한층 악화된 미 경제지표는 이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영국과 독일 등 목요일 유럽증시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강세를 유지하는 등 호재가 없지 않았지만 전날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하락 출발한 국내 증시는 이를 살펴볼 여유 마저 없었다. 조용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테러가 불러온 불확실성에 갖가지 악재성 루머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17일 뉴욕증시가 개장된다 하더라도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음 주초까지는 지수방어가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482.29로 전날보다 16.96포인트, 3.40% 급락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3.98포인트, 7.34% 추락한 50.21을 가리켰다. 오후 들어 낙폭이 벌어지기 시작한 종합지수는 지난 12일 기록했던 연중최저치 474.58보다 낮은 472.98까지 밀린 직후 저가매수세에 기대며 힘겹게 48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사상 최저치인 49.31까지 추락, 줄곧 49선에서 등락하다 장 막판 극적으로 50선을 되찾았다. 종전 장중 최저점은 지난 1월 2일 50.25고 종가 최저치는 지난 해 12월 26일 52.58이었다. 전날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무난하게 넘겼던 선물시장에서는 12월물이 약세를 나타냈다. 전날보다 0.85포인트, 1.42% 내린 59.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0.58로 백워데이션.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이 매수를 압도했다. 매도는 차익 651억원, 비차익 352억원 등 모두 1,004억원인 반면 매수는 460억원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501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이틀째 매수우위를 유지한 반면 개인은 루머에 휘둘리며 93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매도우위를 나타내던 기관은 오후 들어 지수가 크게 밀리자 매수우위로 전환, 22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거래소에서는 모두 10억1,428만주가 손을 옮기며 전날에 이어 이틀째 10억주 이상 대량 거래됐다. 거래대금은 2조4,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3억4,950만주, 1조1,218억원 어치가 손을 옮겼다. 지수관련 대형주 대부분이 장 중 내내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하루만에 17만원선 아래로 떨어졌고 SK텔레콤은 힘겹게 20만원선을 지켜냈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한국전력과 S-Oil을 제외한 전 종목이 내림세였다. 등락을 거듭하던 하이닉스는 이날 열리는 채권은행 대표자회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전날보다 15% 가까이 떨어지며 지난 5일 이후 이레만에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종가는 995원. 전날 기록했던 단일종목 최대거래량도 하루만에 경신했다. 모두 6억2,841만주가 손을 옮겼다. 영풍산업이 금광 관련주로 관심을 모으며 상한가에 오른 것을 비롯해 현대상사도 유가 강세 전망을 바탕으로 10% 가까이 급등하는 등 소테마주로 부각됐다. 워크아웃 졸업 등을 재료 삼아 강세를 보였던 신원과 일동제약 등은 오후장 들어 하락 물결에 휩쓸리며 6~8% 하락 마감했다. 데이콤은 지난 12일 2만원선이 붕괴된 이후 이날 1만8,000원선마저 붕괴되며 사흘 연속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날 기록한 신저가는 1만6,900원. 코스닥시장에서는 월드텔레콤이 M&A 관련주로 관심을 끌면서 상한가에 진입했다. 전날 신규등록한 안철수연구소도 이틀째 가격제한폭을 채웠다. 거래소 전업종이 내림세를 기록한 가운데 기계, 의료정밀, 운수장비 순으로 낙폭이 넓었다. 거래소에서 오른 종목수는 68개에 불과한 반면 내린 종목수는 767개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오른 종목수가 27개였고 내린 종목수는 619개였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