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미국 테러사태 여파로 세계 증시가 엄청난 충격파에 휩싸였다. 핵폭풍의 진원지인 미국 뉴욕시장의 기능이 완전 마비된 것은 물론 유럽과 아시의 주요증시도 폭락세를 면치못했다. 일부 국가들은 아예 거래중단을 선언하는 등 국제 주식시장이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증시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부가 무너진만큼 당분간 현재의 급락세가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충격파가 얼마나 지속되고, 낙폭이 어느정도 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주식시장 마비 테러사태의 중심에 있던 미국 주식시장은 현재 거래중단상태이다. 언제 거래가재개될 지 불투명하다. 거래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테러사태의 여파는 깊고 넓을 것으로 보여 미국 주식시장과 경제는 당분간 충격의 늪을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다름아닌 소비자 신뢰의 추락이다. 극도로 위축된 소비는 당연히 미국경제의 장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며이는 곧 뉴욕 증시의 장기 하락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시장도 동반 붕괴됐다. 독일 닥스지수와 프랑스, 영국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세를 나타냈다. 영국 주가(FTSE100 기준)는 287.7 포인트(-5.72%) 떨어져 지난 87년 10월19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아시아의 대만시장도 거래중단을 선언했고, 일본과 홍콩시장도 폭락세를 비켜가지못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증시가 `테러'를 당한 셈이다. 이런 연쇄충격파는 국내증시도 마찬가지여서 개장시간을 단축하면서 충격을 흡수하려던 당국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간채 사상최대의 낙폭으로 무너져내렸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02%(64.97포인트) 떨어졌다. 500선은 물론이고 480선마저 무너져내렸다. 주가하락률이 사상최고인 것은 물론이고 하한가 종목이 621개에 달했다. 코스닥지수도 11.59%(7.16포인트) 하락했다. 가격제한폭이 12%인 것을 감안하면거의 전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했다고 보면 된다. 급락사태 당분간 불가피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에 어떤 충격파를 던지고, 그 영향이 얼마나지속될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만일 지난 걸프전과 비슷한 파장이 미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혼돈은 상당히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달러화의 약세와 금값의 폭등, 국제유가의 급등 조짐 등이 가시화되는등 불안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근간부터 흔들리면서 불황에 빠지면 이는 곧 세계경제의 연쇄불황으로 이어지는 것이 최근 세계경제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 증시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 침체로 갈 경우 우리 증시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대증권은 사태직후 분석보고서를 통해 "유럽 주가의 급락 및 유가.금 가격의급등은 `금융 가격변수의 하락 및 상품 가격변수의 상승'이라는 점에서 국내시장도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상무는 "이번 사건이 가장 좋지 못한 것은 국내증시의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터졌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해 금융시장을 마비시킨 만큼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는곧바로 국내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걸프전만해도 석유위기라는 `한정된 위기'였고 발생지역도 주변부였지만이번 사태는 금융시장 자체를 뒤흔든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점이 더욱 부정적이라는 게 김 상무의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홍래 이사는 "이번 사태로 국내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500선이지지선으로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금융주와 해외매각 관련종목(현대증권.대우차 등)과 보험주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서킷브레이커즈의 변동폭을 일시적으로 바꿔 불안심리를 다소나마 줄여야 할 것이라고 조 이사는 지적했다. 대형악재속에서도 희망을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세계 각국이 불황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대책을 수립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이번 사건이 일시적 충격에 국한되거나 오히려 세계적 불황을 극복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국내증시에 대한 충격파도 일시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나민호 팀장은 "엄청난 사태이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대형악재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나 호주, 홍콩 등 이번 사태이후 개장한 각국 증시의 동향을 면밀히살피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닉상태가 초래할 엄청난 충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팀장은 "대형악재 속에서도 덜 빠진 업종과 종목이 속출할 수 있다"면서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처럼 사회를 불안으로 몰고가지 말아야 하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당국과 시장관리자들의 냉철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태의 파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단기간의 증시 하락세는 불가피하겠지만시일이 지나면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관망분위기가 팽배질 것이고, 이후 미국 및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에 따라 국내 증시의 안정세 회복을 기대해볼만하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