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권거래소시장은 미국 테러쇼크의 여파로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붕괴되는 대폭락 장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우려했던 폭락장세가 결국 현실화되자 절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뭐라고 해줄 말이 없다며 답답해 했다. 그러나 이번 폭락에는 심리적 쇼크도 가세한 만큼 조만간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의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 개장전 공포분위기 확산 이날 오전 증권업계에서는 증시가 시간을 단축해 개장한다는 결정이 나오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면서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개장한 일본 등 해외증시에서는 주가가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고 전 종목이 하한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까지퍼졌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단기 급락을 피할 수 없으며 전저점 붕괴도 각오해야 한다고경고했다. 아울러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며 심지어 세계공황까지도 우려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일부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석유.금 관련 주식이나 자산주가 이번사태에서 수혜를 보거나 타격을 덜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드디어 오전 11시에 동시호가가 시작되면서 심리적 쇼크가 현실로 나타나 매도잔량이 매수잔량보다 수배 많게 쌓였다. 오전 11시35분께 하이닉스의 매도잔량은 매수주문량에 비해 100배 이상 많은 1억주에 가까웠고 삼성전자도 매수잔량이 10만주대인에 비해 매도잔량은 38만주를 넘어섰다. 그러나 석유와 금 가격상승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기업인 영풍산업과S-Oil에는 폭발적인 매수세가 몰렸다. ◆ 우려가 결국 현실로 드디어 낮 12시 장이 출발하자마자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0.43포인트나 폭락, 단숨에 전저점을 뚫고 490.14로 추락했다. 하이닉스와 한국통신공사 등 486개 종목이 하한가로 장을 출발했고 삼성전자도16만원대로 추락했다. 반면에 주가가 오른 종목은 4개에 불과했다. 극도로 불안해진 개인들은 지난 10일간의 매수세를 던지고 매도세로 돌아서 50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132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기관은 저가매수에나서 53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지수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지수는 하락폭을 빠르게 확대하며 연중 최저치인 474.58까지 떨어져 결국 장 출발 3분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매매가 중단됐다. 증권거래소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해 4월17일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매매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동안 시장이 조금씩 냉정을 되찾으면서 매도세가 줄고 반발매수세가 유입돼 지수는 500선 근처까지 반등했다. 오후 1시30분 현재 지수는 46.98포인트 하락한 493.59를 나타내고 있으며 하한가 종목은 415개, 하락종목도 840개로 줄었다. ◆투자자들 주가폭락에 "대경 실색" 투자자들은 지수가 500선아래로 폭락하자 예상은 했지만 하락폭이 너무 크다면서 대경 실색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수폭락이 뻔한 상황에서 증시를 휴장하지 왜 열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당국을 원망하기도 했다. 대우증권 영업부의 정원준 차장은 "전반적으로 객장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면서 "개장초의 공포분위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지수가 약간 회복되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 매도때문이어서 여전히 객장분위기는 침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사 영업점에는 일부 투자자들이 전화를 걸어 "일단 팔아 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하고 있으나 직원들은 "심리적 쇼크로 인한 폭락인 만큼 곧 반등하므로섣부르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LG투자증권의 신광식 영업부장은 "개장전 동시호가를 보면서 투자자들은 거의공포감에 휩싸였다"면서 "지수가 약간 반등하면서 다소나마 안정을 회복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전의 위기때보다 훨씬 성숙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주가가 곧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전략가들 "투자자들에게 해줄 말이 없다" 증권사의 투자전략가들은 국내요인이 아닌 외부요인에 의해 주가가 폭락하자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제 주가가 언제회복될지 참으로 답답하다"면서 "예측불허의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시장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 옵션의 `팔자'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주가폭락으로 인해 엄청난 대박을터뜨렸다"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위험스럽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생각보다 주가가 너무 많이 빠져 거의 할말을잃었다"면서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에게 할 말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잖아도 지지부진했던 장세의 뇌관이 터진 양상"이라면서 "문제는 주가의 회복시기인데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