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 어느새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는 기업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증시에서도 '태평양칩'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올 최고의 미인주로 부각돼 있다. 연초 2만7천원대였던 주가는 이미 세 배 이상으로 올랐다. 태평양은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8.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태평양의 상반기 실적을 뜯어보면 증시에서 받았던 찬사가 그리 과장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출액 4천8백85억원, 영업이익 1천25억원, 순이익 8백35억원으로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순이익은 85%나 급증한 것이다. 경상이익률도 7.7%포인트나 상승한 24.8%를 기록, 성장성과 함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연초 26%대에 머물렀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39%대까지 급증한 상태다. 태평양의 실적 호전은 비교적 고가 브랜드 중심인 방문판매가 급성장한데 기인한다. 여기에 백화점 매출 비중도 전년 동기보다 30% 가량 증가해 아이오페 설화수 헤라 등 고가품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태평양은 동방커뮤니케이션의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상환으로 차입금과 이자비용을 거의 제로에 근접시키고 있다. SK증권 하태기 연구원은 "계열사 및 자체 구조조정이 끝났기 때문에 자금유출이 없고 특별한 대규모 투자수요도 없는 상태"라며 "현금보유액이 연간 1천억원 이상 증가하는 체제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4.4분기에 집중된 비용 집행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태평양의 실적개선은 상반기보다는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화장품 R&D(연구개발)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고 △국내 화장품 시장이 기능성 화장품 중심으로 재차 확대될 전망이며 △이익기여도가 큰 방문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태평양의 안정적인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침체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대표적인 내수관련 종목이라는 점도 태평양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