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미국 테러사태의 여파는 국내증시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증시가 유례없는 연쇄충격에서 헤매고 있는 만큼 국내라고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도 예외없이 급락사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다만 급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되고, 하락폭이 어느정도 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급락사태는 불가피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에 어떤 충격파를 던지고,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만일 지난 걸프전과 비슷한 파장이 미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혼돈은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달러화의 약세와 금값의 폭등, 국제유가의 급등 조짐 등이 가시화되는 등 불안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근간부터 흔들리면서 불황에 빠지면 이는 곧 세계경제의 연쇄불황으로 이어지는 것이 최근 세계경제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이는 곧 그동안 약세기조를 이어오던 미국증시가 더 큰 하락세로 빠져드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증시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증시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현대증권은 사태직후 분석보고서를 통해 "유럽 주가의 급락 및 유가.금 가격의 급등은 '금융 가격변수의 하락 및 상품 가격변수의 상승'이라는 점에서 국내시장도 단기 충격이 불가피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중장기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논리는 미국의 민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상무는 "이번 사건이 가장 좋지 못한 것은 국내증시의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터졌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해 금융시장을 마비시킨 만큼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는 곧바로 국내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걸프전만해도 석유위기라는 '한정된 위기'였고 발생지역도 주변부였지만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 자체를 뒤흔든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더욱 부정적이라는 것이 김 상무의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홍래 이사는 "이번 사태로 국내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금융주와 해외매각 관련종목(현대증권.대우차 등)과 보험주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서킷브레이커즈의 변동폭을 일시적으로 바꿔서 불안심리를 다소나마 줄여야 할 것이라고 조 이사는 지적했다. ◆대형악재속에서도 희망을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세계 각국이 불황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대책을 수립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이번 사건이 일시적 충격에 국한되거나 오히려 세계적 불황을 극복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국내증시에 대한 충격파도 일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현대증권도 이를 의식해 "이같은 돌발악재로 인한 단기주가 급락은 기술적 반등을 통해 복원됐다는 과거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팀장은 "엄청난 사태이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대형악재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나 호주, 홍콩 등 이번 사태이후 개장한 각국 증시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닉상태가 초래할 엄청난 충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팀장은 "대형악재 속에서도 덜 빠진 업종과 종목이 속출할 수 있다"면서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처럼 사회를 불안으로 몰고가지 말아야 하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당국과 시장관리자들의 냉철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증권은 지난 걸프전 당시에도 국내증시에서는 금융주와 대형제조 관련주들은 급락한 반면 음식료와 제약주등은 산발적으로 순환매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사태의 파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단기간의 증시 하락세는 불가피하겠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관망분위기가 팽배질 것이고, 이후 미국 및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에 따라 국내 증시의 안정세 회복도 기대해볼만하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