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나홀로" 꿋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가 기침만해도 독감에 걸린다"는 과거의 주눅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적인 증시 한파속에서도 국내 증시가 유독 "추위"를 덜 타는 것은 적극적인 매도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개인투자자는 활발한 종목찾기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도 적극적인 매도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주식을 듬뿍듬뿍 사들이는 왕성한 큰손이 없지만 초저금리를 발판으로 "더 떨어지면 주식을 사겠다"는 잠재적인 매수세력은 풍부한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해외 증시에서 돌발 악재가 터져나오지 않는 한 국내 증시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량 주식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꿋꿋한 국내 증시=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지난주(9월3∼7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1.8%와 2.1% 올라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했다. 지난 9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S&P를 비롯 다우 나스닥 닛케이 항생 등 주요국 주가의 연쇄 하락에도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 7월 하순부터 해외 증시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23일 단기 저점(524.21)을 확인한 종합주가지수는 8월 중순까지 꾸준히 올라 580선을 회복했지만 나스닥지수는 잠시 반등한 뒤 급락했다. 이달 들어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9,600선과 1,600선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심화된 반면 국내 증시는 550선을 지키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저점을 기록한 지난 7월23일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 7일까지 각국 지수를 살펴보면 △종합주가 105.9 △코스닥 98.4 △나스닥 84.9 △다우 92.1 등으로 나타났다. ◇왜 잘 버티나=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구조조정 효과,국내 증시 저평가 등이 저항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해외 증시가 급락하면 오전에 많이 밀렸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회복하는 전약후강 양상은 저가 메리트를 노린 대기 매수세가 많다는 방증이다. 지난 99년 '대우 사태'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은행 예금이 1백80조원에서 4백10조원 가량으로 늘어난 반면 45조원에 달했던 주식형 수익증권은 5조원도 채 안남은 불균형 현상을 감안하면 증시에서 더이상 빠져나갈 돈이 없고 몰려올 돈은 쌓여 있다고 봐야 한다(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이 이탈하지 않고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4조5천7백3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의 투자행태는 핵심 블루칩의 급락을 막아 지수를 방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문제 등 국내 구조조정 변수가 '독'보다는 '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보다 저평가된 종목이 상당수에 달하는 등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점도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전망 및 투자요령=국내 증시에는 행동에 옮기지 못할 뿐 기회를 노리는 잠재 매수세력들이 많다. 이는 돌발 악재가 없는 한 당분간 저가 종목 중심의 활발한 순환매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주가가 하루,이틀 급락하더라도 대기 매수세로 인해 곧바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온기선 이사는 "국내 증시가 악재를 잘 소화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관련주 위주로 접근하되 단기적인 매매보다는 배당 등을 노린 중장기적 안목의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