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거버너스챔버에서 열린 S-Oil의 기업설명회. 김선동 S-Oil 회장은 '깜짝발표'를 했다. 김 회장은 "주주이익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2001~2003년에는 액면가(5천원) 대비 75%, 2004~2005년에는 1백%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겠다"고 야심찬 고배당계획을 내놓았다. 자리에 있던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깜짝 놀라 진의를 파악하느라 앞다퉈 질문에 나섰다. 발표된 계획대로 이뤄지면 5년동안 배당금이 2만1천2백50원이나 된다. 당시 S-Oil의 주가(2만3천7백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5년동안 보유하기만 하면 배당금으로만 투자원금을 뽑게 된다는 얘기다. 기업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골드만삭스 홍콩지사 석유화학 담당애널리스트 캘빈 코씨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긴급하게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S-Oil 조동진 IR팀 과장은 "캘빈 코씨는 '6천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으로 충분히 배당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자 '앞으로 주가가 지금보다 분명히 높게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당시 주가가 답보상태였던 S-Oil은 기업설명회 후 주가가 껑충 뛰어 연초(2만3천4백50원)에 비해 두 배가량 오르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고배당주가 됐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S-Oil의 적정주가를 3만원선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이보다 40% 정도 높은 4만1천1백원(7일 종가)에 이른다. 그만큼 시장이 S-Oil의 고배당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얘기다. 고배당계획 발표로 주가가 올라 '고배당만한 주가관리책이 없다'는 점을 깨우쳐가는 기업들의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대한재보험은 2000회계연도(2000년4월~2001년3월)에 20%(1천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회계연도 말인 지난 3월에 8천∼9천원이던 주가는 1만4천4백50원으로 70% 이상 뛰었다. 주주들은 1천원의 배당금과 함께 주가상승을 통한 70%의 투자수익률을 챙긴 셈이다. 이 회사 IR팀 한종선 과장은 "그동안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을 병행해 왔지만 앞으로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현금배당 위주로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도 최근 3년동안 배당률을 높여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적자를 냈던 지난 97년에는 배당을 못했지만 98년에 3%, 99년에 5%,작년에는 10%를 배당했다. 올해부터 매년 이익이 나면 당기순이익의 40∼50%를 배당하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이다. 이기인 제일모직 총무팀장은 "최근 금리가 5∼6%대로 하락한데다 증시사정이 어려워져 주가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기관투자가들이 배당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배당기업은 주주들은 물론 기관투자가의 투자욕구도 만족시킨다. 고배당에 주가도 오르니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장기투자 대상종목으로 꼽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S-Oil의 경우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사(지분 35%) 이외에 외국인투자자 지분이 10.5%가 넘는다. 제네시스펀드 미국주립교원퇴직펀드 예일대학기금은 물론 소시에테제네랄 파리바 메릴린치 등이 주식을 사고 있다. 배당이 워낙 많다보니 주가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이것이 다시 주가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한 가지 흠이라면 유통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S-Oil만 해도 하루 거래량은 보통 3만∼6만주 정도밖에 안된다. 이렇다보니 원하는 만큼 물량을 사기가 힘들다. 유망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미리미리 공부와 연구가 필요해지는 시기가 됐다는 얘기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