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전날 상승분 가운데 '휴렛팩커드 효과' 만큼을 내놓았다. GM의 대우차 인수, SSB의 하이닉스 긍정적 평가, 국민연금 600억원 투입 등 전날 강세를 주도한 다른 재료도 후속타 불발로 '하루 효과'에 그친 채 시세 연속성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반도체판매 감소추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에 반도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한층 짙어졌다. 이에 따라 전기전자, 통신업 등 시가총액 대형주를 중심으로 낙폭 축소에 버거운 표정이다. 건설, 의약품 등 저가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돌면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5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4분 현재 552.58로 전날보다 6.21포인트, 1.11%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0.57포인트, 0.91% 낮은 62.17을 가리키고 있다. ◆ '휴렛팩커드 효과' 차별 적용 = 휴렛팩커드-컴팩 합병에 대해 뉴욕증시가 거부감을 드러내자 국내 증시가 그 효과에 대해 종목별 차별 적용에 나서고 있다. 전날 최대 수혜주로 지목 받았던 삼보컴퓨터를 비롯해 KDS 등 PC관련주는 장 초반 하락세를 끊고 상승반전, 3~4%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전날 동반강세를 연출했던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날 휴렛팩커드-컴팩 합병 소식에 흥분하며 PC 및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이 무차별적으로 급등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삼보컴퓨터는 오는 10일 휴렛팩커드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방한, 제조자주도생산업체(ODM) 공급계약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납품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상승 탄력을 더했다. 이와 관련 화요일 뉴욕증시는 휴렛팩커드의 컴팩 인수에 대해 현재 IT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알려줄 뿐 합병에 따른 상승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매몰찬 평가를 내렸다. 국내에서도 하루 지나 이들 기업의 합병에 대해 신중한 분석이 나왔다. 서울 증권은 현재 IT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수요 침체라고 지적, 이번 합병으로 인한 수요측면에서는 변화가 없는 가운데 오히려 세계 2위의 PC업체가 퇴출될 정도로 시장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끝나지 않은 반도체침체 터널 =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락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3% 이상 떨어지며 19만원선에 턱걸이하고 있는 가운데 아남반도체, 신성이엔지, 디아이, 미래산업 등 하이닉스를 제외한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이 1~4% 약세다. 이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7월 세계반도체 판매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7% 이상 급감했다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전날 발표가 직접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SIA가 중간전망을 통해 반도체칩 판매가 올해 하반기 회복되고 내년에는 20% 이상 고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한층 짙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하루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보다 53.16포인트, 2.40% 떨어진 2,161.26을 가리키고 있다. 외국인은 123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지키고 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