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역삼동에 거주하는 김모씨(55)는 들뜬 마음으로 지난달 실시된 안철수연구소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가 적지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1억2천여만원을 싸들고 주간사인 미래에셋증권 창구로 가 청약한도(1만주)까지 신청했으나 정작 돌아온 주식수는 24주뿐이었다. 신청마감결과 청약주식수가 5천7백만주가 넘어 경쟁률이 무려 4백1.79대1을 기록한데 따른 결과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공모주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침체장에서 공모주 청약 인기가 치솟으면서 통상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만 해도 코오롱정보통신 등 일부 공모주청약만 경쟁률이 1백 대 1을 밑돌았을뿐 안철수연구소 외에 어드밴텍테크놀러지스(평균 3백7 대 1) 윤디자인연구소(2백43 대 1) 아라리온(3백56 대 1) 비젼텔레콤(2백42 대 1) 등 대부분이 수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래도 공모주=공모주 받기가 이렇게 어려운 데도 청약 열기가 뜨거운 것은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익률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 안암동에 사는 박모(57)씨는 퇴직금 중 여윳돈 4천6백만원을 들여 지난 6월 한달 간 우진세렉스 벨코정보통신 태양산업 금강종합건설 등 공모주 청약에 돌아가며 투자해 63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우진세렉스가 등록하자마자 시장조성에 들어가 손실이 났지만 금강종합건설 등의 선방으로 손실분을 만회했다. 한달 간 투자수익률은 1.4% 정도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연 17% 정도 된다. 대신증권의 최용구 기업금융부장은 "신규등록후 매매개시후 한달 간은 주간사의 시장조성 의무로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주가 급등기에는 공모주도 탄력을 받아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공모주 투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의 류태경 기업금융팀 과장은 "유통시장의 거래량 등은 급감하고 있지만 공모주 시장은 일정한 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需給)이 실적에 앞선다=하지만 과거처럼 공모주라면 무턱대고 투자하는 식의 '묻지마투자'는 곤란하다고 증권사 기업금융팀장들은 지적한다. 공모주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기는 하지만 최근 등록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기업이 속출하는등 위험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실제로 지난 6월이후 코스닥에 신규등록한 기업 55개사중 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곳은 절반이 넘는 28개사나 된다. 증권사들이 신규등록주를 평가하는 잣대를 실적에 앞서 수급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바꾸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적의 우열은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지만 수급에 대한 변수는 측정하기 힘들어 간과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 △대주주외 구주주(등록후 바로 물량처분이 가능한)의 지분이 적은 기업 △창투사의 지분이 적은 기업 △기관투자가가 의무보유를 약속한 물량이 많은 기업등을 중심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