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하이닉스의 디폴트 위기까지 겹쳐 연일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자칫 500선 붕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분간 신중한 투자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외 악재=미국의 경기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 29일 발표된 2·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잠정치는 0.2%로 당초 예상치인 0.7%보다 떨어졌다. 특히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전달보다 14.6%나 급락해 지난 8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경기가 3·4분기 이후에도 L자형을 그리며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임을 의미한다는 게 월가의 반응이다. 미국 경기를 지탱해온 축으로 여겨졌던 소비도 감소세로 반전됐다. 민간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4.3으로 2개월 연속 하락하며 4개월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7월 주택판매건수도 지난달보다 3.0% 줄어들어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적인 IT(정보기술)경기 침체도 빼놓을 수 없는 악재다. 미국의 2·4분기 IT분야 투자가 15.1%나 급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 64메가 반도체 D램가격이 최근 80센트까지 하락한 것도 국내 증시를 어둡게 하는 주요 해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미국 경기 부진과 IT경기 침체는 미·일 증시의 동반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1,843.17까지 하락하며 1,800선 붕괴를 위협받고 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만1천엔대 이하로 내려가며 17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내 요인=하이닉스반도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당면 최대 변수다. 하이닉스의 디폴트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하이닉스 자체는 물론 채권은행과 구매보증을 선 현대그룹사들의 동반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우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줄어드는 수출도 걱정거리다. 7월 경상수지 흑자가 상반기 월평균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든데다 9월에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IT쇼크에 의해 20년대식 공황이 올 수 있다"(진념 부총리),"3·4분기는 2·4분기보다 더 어려우며 향후 IMF위기 이상의 위기가 올 수 있다"(강봉균 KDI원장)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주가전망과 대응전략=증시의 이같은 대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보수적인 투자 자세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그나마 저금리에 의한 유동성 장세 기대감과 경기 저점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져 55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주가지수 580,삼성전자 20만원 돌파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따라서 550∼580선의 박스권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고점 매도를 하되 주가 상승보다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과 신세계 등 낙폭과대 실적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500선 붕괴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은 "IT분야의 10년간 호황을 감안할 때 아직도 충분한 조정을 거쳤다고 보기 힘들다"며 "나스닥 1,700,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보다는 500선 이하가 더 적절한 매수 타이밍으로 보인다"고 비관론을 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