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동반 침체 우려가 증시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경제 지표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동떨어진 신호를 내고 있고 개별 기업 실적도 3/4분기에 더욱 악화되리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일 미국에서는 하향 수정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나왔다. 6월 재고투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달 발표된 0.7%를 하회하는 0.2%로 집계됐다. 관계자들의 예상 범위에 들긴 했으나 제로에 가까운 성장률로 8년여중 최저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세계 경제의 동시 불황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전날 나온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14.3으로 예측과 달리 두 달 연속 악화되면서 미국 경제에 버팀목을 댄 소비 마저 꺾이면서 회복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상반기 소비지출이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3/4분기 성장률은 2/4분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7월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인데 이어 7월 산업생산은 2.8% 감소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 강력한 지지선인 11,000선이 붕괴된 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세계 증시 동반 하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본격적으로 시작될 기업실적 시즌을 앞두고 하나둘 나오는 실적 경고 역시 바닥 탈출 신호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인 AMD는 이번 분기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10∼1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역시 주문 부진으로 이번 분기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닝은 북미와 유럽지역 통신부문 침체로 인한 1,000명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시스코나 텍사스인스트루먼츠 같은 긍정적인 전망은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구조조정 변수도 우호적이지 않다.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라는 '폭풍'은 증시를 버텨주던 유동성 기대감을 휩쓸었고 은행주, 현대그룹주, 증권주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을 비롯 채권단은 오는 31일 회의를 갖고 지원 방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그러나 채무 재조정이 되든 법정관리가 되든 시원스런 해법이 제시될 가능성은 낮다. 하이닉스 해결의 중심에는 바닥을 찾지 못하는 반도체 등 IT경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달 말 타결을 기대했던 현대투신 외자유치는 AIG가 신주가격을 놓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우차 매각도 심심치 않게 위탁경영 방안이 제기되며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구조조정 변수가 일말 기대했던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기는 커녕 증시의 덜미를 잡고 있는 것. 국내외 경제 여건이 주가를 떠밀고 있는 가운데 대두되는 유일한 호재는 "사흘 동안 많이 빠졌다"는 정도 밖에 없는 형편이다. 520∼580의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는 증시에서 사흘간 약세를 지속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메리트에 기댄 단기 매수시점은 그러나 조금 더 늦춰 잡아도 무방할 듯 싶다. 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데다 유동성 기대감에 기댄 순환매도 에너지 소진을 드러내고 있는 터여서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증시 여건이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어 지지선 찾기가 쉽지 않다"며 "1차적으로 하이닉스 처리방안과 맞물리면서 550선에서 한 차례 저가매수의 기회가 오겠지만 500선까지의 하락도 염두에 둘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매수에 가담하더라도 내수관련주와 건설, 은행 등 일부 우량 대중주에 국한해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