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가 장을 짓눌렀다. 세계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들어섰다는 우려와 하이닉스 문제가 증시를 압박했다.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0.7%에서 0.2%로 큰 폭 하향수정됐다. 일본의 7월 산업생산은 2.8% 감소했다. 전날 뉴욕 증시는 사흘째 밀렸고 다우존스지수는 10,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증시는 그러나 발빠르게 내성을 키웠다. 이틀째 수직 하락하며 출발했으나 전날과 달리 약보합권까지 올라서는 뒷심을 발휘하며 일중고가를 종가로 삼았다. 선조정을 받은 건설주가 7대 광역대도시 그린벨트 해제를 배경으로 8% 이상 급등하며 앞장섰다. 최근 증시의 최대 화두인 하이닉스가 시장 심리를 좌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닉스는 장초반 하한가로 급락하며 투매성 매도세까지 이끌었으나 단기 투자자들이 기승을 부린 데다 유동성 지원 방안 결정을 앞둔 선취매성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면서 4억주가 넘어서는 폭발적인 손바뀜이 일었다. ◆ 550대 지지력 = 시장에서는 호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내외 증시 여건 불안한 상황에서 당분간 약세 기조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날 건설주 등이 기력을 회복, 하방경직성을 보여줌에 따라 하이닉스 지원 방안이 결정되기 전까진 좀 더 지켜보자는 지적도 많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증시는 국내외의 커다란 악재가 상존해 있고 최근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아래로의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담당하던 2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진 뒤 이날 설정된 550대 중반 지지력을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20일선의 추세 이탈 여부도 기술적 반등 시점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다. 건설주 급등이 선조정 받은 대중주의 선순환을 리드하는 신호라는 견해는 낙관론에 치우쳤다는 인식이 강하다. 유동성 기대감이 희석된 현장세에서 대중주가 강력한 순환매의 주체로 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구조조정, 이월되나 = 31일 금감원은 34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의 최종 정리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실적이 악화된 갑을, 신동방, 동국무역, 세풍, 남선알미늄 새한 등이 관심이다. 대우차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이달 안으로 매듭 짓겠다던 진념 부총리의 의지가 공언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심심치 않게 위탁경영 방안이 제기되며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정건용 산은 총재는 29일 "아직 정부에 보고할 만큼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투신도 AIG가 가격 낮추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어 구조조정 현안은 모두 다음달로 미뤄질 예정이다. 월초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달 안으로 마무리 하겠다는 장담이 또다시 나올지 모를 일이다. 하이닉스 채권단 회의는 다음주로 연기됐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31일과 다음달 1일 양일간 투신권을 포함한 전체 채권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후 채권은행장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 금요일 변수 = 뉴욕 증시에서는 다음달 중순 본격적인 실적 전망시즌을 앞두고 불거진 기업 실적 우려가 덜 반영된 상황이다. 전날 장마감 후 선 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이번 분기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10∼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닝과 알테라도 각각 감원과 실적부진 지속을 발표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목요일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어 현재 4.5%인 정책금리를 하항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박빙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유럽을 통해 미국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 목요일 뉴욕에서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와 7월 개인소득 및 소비지출이 나온다. 실업수당 신청자는 지난 18일까지는 8,000명 증가한 39만3,000명이었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개인 소비지출은 같은 달 자동차판매 감소 등으로 미루어 전달 증가율 0.4%에 비해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7월 산업활동 동향이 나온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이 격감 추세를 잇고 있는 터여서 상승 모멘텀으로 기대를 걸긴 어렵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