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올라야 주가가 오른다. 금리(채권수익률)와 주가가 동행하고 있다. '금리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과거의 관계가 깨졌다. 올 들어 금리가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사실상 '바닥권'까지 내려오자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한 채 '바닥'을 기고 있다. 사실상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어 더이상 떨어지기 힘들다는 측면에서도 금리와 주가는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 국내외 각종 경기지표가 경기 회복 지연 우려감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확실한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주가도 치솟기 힘들다는 얘기다. ◇금리와 주가의 동행성=실제 올 들어 지난 4∼7월까지 금리와 주가는 뚜렷한 동행 곡선을 그려왔다. 금리가 지난 4월26일 연중 최고점(연 6.93%)을 기록하자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오름세를 지속했고 5월29일 연중 최고점(632.05)까지 올랐다. 이후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지난 7월 말 5.58%로 떨어졌고 지수도 541선까지 추락했다. 이달 들어 지난 22일 금리가 4.94%까지 떨어졌다가 27일 5.15%로 회복하자 570선을 지켜내기가 힘들어 보이던 지수도 578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증시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진 29일 금리(국고채 3년물 기준)도 내렸다. ◇금리는 경기를 반영=최근 경기가 좋아질 조짐이 없자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컨퍼런스 보드가 집계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4개월 만의 최저치인 114.3을 기록했다. 동양증권 박재훈 차장은 "금리 인하 효과가 늦어도 8,9월께는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에서 발표된 각종 지표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7월 경상수지 흑자는 6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5억1천만달러에 그쳤다. ◇전망=앞으로 발표될 경기지표에도 기대감을 걸기 어렵다. 당장 30일(한국시간) 나오는 미국의 2·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수정치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전망치가 0.7%였지만 이번 수정치는 0.1%로 낮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보유자 입장에서는 채권을 팔 이유가 없어져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기 힘들다"면서 "금리 인하가 기업 금융비용 부담 완화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내년 초는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