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28일 회사채 신속인수에 의한자금조달을 포기한 것은 일단 회사의 존폐여부를 판가름할 '큰 틀'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단기처방 성격의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가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급속도로 진행되는 '캐시 번(CASH BURN.현금증발)' 상태에서 회사채 만기도래분중 20%를 자체흡수하는 부담이 현실적으로 큰데다 회사채 신속인수를 트집잡아 갈수록 강도를 높여가는 미국의 통상압력을 완화시키려는 전략적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의도는 현재 하이닉스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동참하기를 꺼려하는 투신권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회사채 만기가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숨통'을 터주려는 일종의 금융시장 안정조치. 하이닉스를 포함한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등이 연말까지 한시적인 적용대상이다. 회사채 신속인수분은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각각 10%와 20%를 분담하고 나머지 70%는 신용보증기금이 회사채담보부증권(CBO)과 대출채권(CLO) 발행을 통해 흡수하게 된다. 금리는 11.1%다. 이렇게 조성된 돈은 올한해 63%, 8월 한달 79%가 투신권으로고스란히 유입된다. 쉽게말해 채권단이 공동으로 인수한 회사채의 대부분이 투신권의 빚을 갚는데 쓰이고 있다는게 하이닉스측의 설명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 제도의 최대수혜자는 투신권"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닉스의 이번 회사채 신속인수 중단으로 가장 큰 손실을 입게될 곳 역시 투신권이다. 하이닉스는 올 1월부터 7월까지 만기도래한 회사채 1조7천440억원에 대해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상환을 완료했다. 문제는 연말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1조9천억원이다. 이미 하이닉스는 27일자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4천억원을 채권단과의 협의하에 갚지 않았다. 이중 80%인 3천200억원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흡수하게 되지만 나머지 20%인 800억원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당초 신속인수제 대로라면 이중 630억원은 투신권에 들어가도록 돼있으나 자금경로가 막힌 셈이다. 결국 하이닉스의 회사채 신속인수 중단으로 투신권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채권단이 논의중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전반적으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투신권이 손실부담을 무릅쓰면서 하이닉스 회생작업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