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과 한국 증시간 주가의 동조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종으로는 물론 유사업종 내 종목끼리도 주가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가 오르면 한국에서 삼성전자가 힘을 얻고 GM이 폭주하면 현대자동차가 뒤따라 가속도를 내는 식이다. 또 US스틸의 움직임에 따라 포항제철이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가 미국 중심으로 통합되면서 전세계 경기가 같은 사이클을 그려 이같은 업종.종목간 동조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증시를 넘나드는 글로벌펀드가 섹터플레이(업종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미국의 업종.종목을 자세히 살피면 종목선정 등 투자전략을 짜는데 큰 도움을 얻게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업종.종목간 동조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삼보컴퓨터와 게이트웨이, 옥션과 이베이 등 신경제주의 동조화는 IT(정보기술)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던 지난 99년 말부터 뚜렷해지고 있다. 동조화는 올해들어 포항제철과 US스틸, 한국전력과 AES, 현대자동차와 GM.포드, 삼성증권과 메릴린치 등 구경제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상반기 GM 등 미국 자동차주가 상승하자 외국인 매수가 몰려들면서 무려 1백48.2% 올랐으나 최근 포드 폭락세에 동반추락, 2만원대가 붕괴됐다. 포철도 US스틸 주가에 따른 외국인의 변덕스런 매매로 8만∼10만원대에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동조화의 원인 =전문가들은 전세계 경기가 동조화된 것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세계화와 IT열풍 속에 전세계가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같은 경기사이클로 재편되며 국가간 차별화가 사라진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이사는 "전세계 경기동조화 속에 최근 미국의 불황이 계속되자 각국에서 건설 유통 자동차 등 내수주에 관심이 쏠리면서 IT주에서 구경제주로 동조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펀드의 섹터플레이도 이같은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99년 이후 국가별 투자보다 업종별 투자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섹터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IT주에 집중하던 이들이 최근에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각국의 구경제주를 집중 사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전략=국가별 특성에 따라 시간차는 있지만 비슷한 경기사이클에 묶여 있는 만큼 각국 증시는 업종.종목별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이에 따라 경기사이클을 선도하는 미국의 업종.종목별 추세를 잘 살피면 투자대안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펀드의 섹터플레이에 따라 외국인 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미국의 유사종목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알프레드 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은 동일업종중 미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종목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한 업종이 추세적으로 오른다면 한국에서도 동일업종의 저평가된 대표주가 외국인 매수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석중 이사는 "지난 상반기 미국과 한국 증시의 업종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8월들어 미국에서 음식료와 담배 바이오테크 전기 등이 전반적인 증시약세속에 선전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