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중 < 교보증권 상무 > 12월 결산 상장업체 5백21개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는 수익성악화가 두드러진다. 매출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4.5% 증가했지만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0%와 31.1%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은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9.3%와 48.9%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98%, 매출액순이익률은 2.73%로 작년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 가격의 급락과 국내.외 경기 급랭, 환차손 등이 실적악화의 배경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포함한 일부 업종은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운수장비업종의 경우 순이익 증가율이 82.3%나 됐다. 더욱이 일부 기업은 창사 이래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거나 동종업계의 경쟁사에 비해 아주 우수한 실적을 내는 활약을 보였다. 상반기에 주가가 1백25% 폭등한 LG건설의 순이익은 20.2% 증가한 7백3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자비용도 감소했지만 수익성 위주의 공사를 수주해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 요인이었다. 태평양도 비록 투자자산처분이익이 포함됐지만 상반기 순이익이 8백35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규모(8백47억원)에 육박하는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대폭 개선됐다. 이같은 실적 개선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추진과 과감한 자율적 구조조정의 결실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올해 6월말까지 주가가 작년말대비 1백40%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SK케미칼도 주목할만하다. 폴리에스터 사업 양도로 매출은 줄어들었으나 적자 사업부문 정리,판매관리비및 이자비용의 감소 등에 의한 수익성개선으로 순이익이 5백90%나 급증했다. 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고수익 체제가 구축되고 생명공학 등 새로운 성장 부문 진출의 결과가 가시화되면 투자자들의 평가도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판매량 증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채산성 호전으로 영업이익이 82.4%나 증가하고 순이익도 작년 반기의 두배가량인 6천1백5억원을 기록했다. 어려운 영업 환경에서도 나타난 일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해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해당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출 단가의 급락 등 해외 영업환경의 악화로 실적이 나빠진 경우도 많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지난 수년간의 구조조정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이들의 주가상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인 기업의 실적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주당순이익이 2.4분기의 4천9백66원에서 3.4분기에는 1천5백10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내수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기업에 주목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