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 놀랍다. 주택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5천7백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 한햇동안 벌어들인 5천2백38억원보다 많은 이익을 6개월만에 올린 것이다. 그렇다고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지난 6월말 은행계정의 총자산규모는 66조3천억원.자산이 지난해말에 비해 5조9천억원(9.8%)늘어난데 그친데 비하면 이익규모의 증가폭은 더욱 눈에 띈다. 이같은 실적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은행 이상의 은행"이라는 영업전략을 들수있다. 주택은행 영업점에 가보면 어지간한 금융상품은 모두 준비돼있다. 증권 보험 투신상품들에 대한 상담은 물론이고 직접 가입할 수도 있다. 은행과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타 금융권의 상품들까지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원스톱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은행은 판매대행 수수료 등 각종 수입기반을 넓힐 수 있다. 더욱이 은행은 자산운용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주택은행의 영업전략은 전통적으로 이자부문 이익을 중시하는 금융계의 영업전략에 비교하면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주택은행은 6백여개에 이르는 전국적인 점포망을 통해 이같은 영업전략을 적극 구사했다. 그 결과 상반기중 비이자부문에서 올린 영업이익은 7천24억원에 달했다. 판매관리비와 충당금을 제외한 전체 영업이익 1조4천억의 절반에 가까운 이익을 올린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핵심사업분야로의 집중"이다. 주택은행은 금융영역에서 장점이 있는 소매금융부문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전통적 핵심 사업영역인 주택금융과 가계자금 그리고 카드부문 등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기존의 수익성있는 고객과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신규고객 확보에도 관심을 많이 쏟았다. 그동안 구축해온 신영업점시스템 신용평가등급시스템 등 각종 선진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 효과를 발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성공의 또다른 요인으로는 대출자산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전국에 46개의 연체관리팀,무수익여신(NPL)관리팀 등을 두고 자산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연체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주은신용정보)까지 둘 정도다. 이러한 노력들의 결과 99년말 7.36%이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작년말 5.08%,상반기말 3.98%로 거의 절반 정도가 줄었다. 부실여신비율 또한 지난 상반기에 1.31%를 기록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도 장점이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은행조직에서 부행장은 물론이고 인터넷팀장 카드마케팅팀장 지식경영팀장 등 주요 부서장에 외부 전문가가 영입돼 일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과의 합병과정에서 불거졌던 내외부 갈등도 극복하는 중이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서라면 어떤 변화든 받아 들인다는 기업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불황을 모르는 주택은행 성공은 이처럼 변화된 금융환경을 따라잡는 발빠른 영업전략과 임직원의 하나된 노력이 밑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