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은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다. 누군에게인가 편지를 쓰고픈 마음도 이때쯤이면 새살처럼 돋아난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에겐 편지나 엽서가 구시대의 유물로 비쳐지고 있다. 그 자리를 e메일이 꿰차고 있다. 엽서는 배달시간이 필요하지만 손 끝에 전해지는 정을 담아 보낼 수 있어 두고두고 되새길 만하다. 반면 e메일은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여운이 없다. 많은 시간을 e메일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엽서에서 묻어나는 정을 잊지 못한다. 신경제의 부활을 외치면서도 구경제의 우산을 접지 못하는 경제현실과 너무 흡사하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