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미국 증시 하락의 외풍을 막아냈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는 급조된 '반도체 우산' 아래서 대중주 랠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에 대한 부담 등으로 공격적 매수세가 이어지지 못해 추가 상승은 힘겨운 모습이다. 지수는 조정을 거치면서 위쪽으로의 방향 탐색을 거듭할 전망이다. 모멘텀이 없는 데다 △매물 부담 △수급개선 지연 △외국인 박스권 매매 등 투자손길을 막는 부담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반짝 햇살이 비쳤을 뿐 악천후가 완전히 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20일 이동평균선이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는 560대를 바닥으로 밟고 최대 매물 밀집대 하단 부분인 580대를 천장으로 이는 박스권 전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최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나스닥지수 등 뉴욕증시가 계속해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상승 이전 지수대인 540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2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18분 현재 571.95로 전날보다 3.27포인트, 0.58%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0.29포인트, 0.43% 내린 67.93을 가리키고 있다. ◆ 돌아온 반도체 = 메이저급 중간상들이 반도체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는 뉴스에 이어 이날 서울 증시에는 북미 반도체 장비업체의 주문 출하비율(BB율)이 3개월 연속 호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하락세로 출발했던 삼성전자가 상승 반전, 전날보다 3,500원, 1.88% 오르며 19만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하이닉스, 아남반도체, 미래산업, 디아이, 신성이엔지 등 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이 강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반도체 경기가 기조적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간상들이 반도체 주문량을 늘리고 있는 것은 인텔의 펜티엄4 가격 인하 및 윈도XP 출시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선취매로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단발성 사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BB율이 개선된 것도 주문 증가보다는 출하 급감에 따른 현상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증권사는 주문액의 절대금액이 아직 낮아 지난 해 수준으로의 회복은 2003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7월 주문액은 7억6,400만 달러로 6월에 비해 5.04% 증가에 그친 반면 출하는 11억3,900만 달러로 지난 6월에 비해 12.03% 급감했다. 반도체 장비재료협회(SEMI)는 7월 반도체장비 BB율이 지난 6월 0.54보다 높은 0.67을 기록, 석달째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 시장 주도하는 건설주 = 이날 증시 상승은 건설주가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주가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강화, 건설주가 전날 반등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건설주는 전날보다 2.42포인트, 3.57% 급등했다. 하락세로 출발했던 보험업종 지수도 건설주를 따라 20.91포인트, 0.72% 오르며 강보합권에서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전형범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며 "가격논리와 재료보유에 따라 빠른 순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욱래 세종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주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매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